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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교육 정상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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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교육 정상화를 기대한다

입력
2009.03.0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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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약 21조였다. 지난해 전국 가정의 실질소득과 소비가 국가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2007년보다 4.3% 증가했다. 살기 어려워도 교육은 잘 시켜 보겠다는 대한민국 학부모의 대단한 열의를 반영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를 묻게 된다.

교사 자질과 능력이 관건

새 학기를 앞두고 교과부는 올해 300개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하고 해당 학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서울시를 비롯한 시.도 및 지역 교육청과 단위 학교들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어떤 중학교는 방과 후 학원으로 직행하던 학생들을 학교에 남겨 공부시키는 방과후 학교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특기적성 중심이던 방과 후 프로그램도 학원처럼 국,영,수,과,사 과목 중심으로 바꾼다고 한다.

사교육을 이기기 위해 학교가 학원식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우수강사를 초빙하는 모습은 느낌이 씁쓸하다. 대한민국 엄마로서 가장 답답한 일은 방과후 사교육으로 지친 아이들이 정규 수업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원 숙제로 밤잠이 모자라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 못다한 학원 숙제를 수업시간에 하는 학생, 사교육을 배려해 학교숙제를 내주지 않는 교사, 선행 학습된 학생들 때문에 교육동기가 저하된 교사가 안타깝다.

학원에 가는 대신 방과후에 학교에 밤늦게까지 매여 있으면 무엇이 득인가? 물론 사교육비는 절감될 지 모른다. 학교에는 건물과 설비가 있으니 인건비 등의 실비만 있으면 운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사교육비 절감이 우리 공교육 개혁의 최종 목표인가? 방과후 교실에 스타강사를 초빙해 학원을 대신하려는 발상은 근시안적이다. 근본대책은 정규교육과정 교사들의 자질과 능력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의 기본 방향은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정규교과시간에 충실히 가르치고 배우는데 두어야 한다. 학습부진 학생들은 방과후 따로 지도가 필요할 수 있지만 교육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정규교육과정 속에서 성취되어야 한다. 교육은 과정이며, 학교는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곳이지 성적만 평가하는 곳이 아니다. 성적이 좋다고 해서 수업시간에 조는 것, 숙제 안 해 오는 것이 용서되어서는 안 된다.

공교육의 목적은 지식 축적에만 있지 않다. 지.덕.체 함양에 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체.덕.지'가 돼야 할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덕성과 지식이 깃들 수 있다. 청소년기는 호르몬 변화로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다. 이를 발산하지 못하면 건전히 못한 방향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방과후 운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학교숙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외국 학생들이 부럽다.

학원이나 과외 등의 타인주도적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숙제하고 예습ㆍ복습을 하려면 학생은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고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스스로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키우고, 집중력과 시간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늙어서까지 학원과 과외만 좇아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공교육 현장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부모 역할이 제2 성공 열쇠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와 학교, 교과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 역할이 교사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가 길러내야 할 자녀는 명문대생이 아니라 건강하고 도덕적인 지성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식이 운동에 쓰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집에 있는 순간을 불안해 하며 학원 전단지를 정독하는 학부모들이여, 이제 그 관심을 공교육으로 돌리자. 그 열정을 공교육 개혁에 쏟자. 우리 아이들이 낮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학교와 함께 깨어있자.

홍순혜 서울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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