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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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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납골당

입력
2009.03.0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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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과 합심해서 부모님께 집을 사드렸다. 사방 45센티인 작은 방 두 개이다. 부부는 방을 터서 조금 넓게 쓸 수도 있다. 섰을 때의 눈높이인 5층이다. 보고 싶어 찾아가면 허리를 굽히거나 까치발을 들지 않고 편안하게 서서 오래오래 보다 올 수 있을 것이다. 이웃에는 아파트 한 동에 사는 아주머니 내외가 입주하게 될 것이다. 성당도 같이 다니고 매주 성경 공부까지 하는 절친한 사이다. 살아서도 사이좋게 지내는데 죽어서도 나란히 같이 살게 되었다면서 어머니는 신이 났다.

사실은 "나 죽으면 강에 뿌려줘"라고 고집 피울까봐 늘 조마조마했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그 강을 찾아가곤 할 텐데 갈 때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강 어디에 엄마의 유골을 뿌렸는지 몰라서 여기도 섰다가 저기에도 앉았다가 정신이 쏙 빠질 것이다. 사실은 화장(火葬)을 해야 한다는 것도 늘 마음에 걸렸다. 날 낳아준 부모님(나중엔 나)의 육신이 저 뜨거운 불 속에 들어가 있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공포스럽다.

언제부턴가 부모님은 오늘은 뭘 해먹을까, 라는 말처럼 스스럼없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납골당은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의 교외에 있다. "글 쓰다 머리 아프면 차 타고 휭 왔다 가, 바람도 쐬고 우리도 보고." "엄마, 정말 왜 그래?" 발칵 화를 내다 울고 말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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