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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년 후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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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년 후가 두렵다

입력
2009.03.0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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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인 남동생은 무주택자다. 전세로 살든, 직접 소유하든 무슨 상관이냐던 동생이 며칠 전 집을 구하러 나섰다. 40이 넘도록 집이 없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부모님의 성화 탓이다. 직장을 고려해 서울 광진구의 32평 아파트를 알아봤더니, 1주일 전 5억원에 거래됐던 매물의 호가가 6억원으로 뛰었다고 한다. 급매물은 다 팔렸고 아무리 싼 매물도 5억5,000만원 아래로는 구하기 어렵다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에 동생은 목하 고민 중이다.

정상을 찾아가는 듯 하던 집값이 요즘 심상치 않다.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이 등장한 이래 우리나라 집값은 크게 두 번 요동친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의 폭등세가 한 번이요, 2000년대 들어 또 한 번의 급격한 상승을 경험했다. 1차 상승기에는 평수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집값이 오른 반면, 2000년 이후엔 특정 지역의 중대형 고급아파트가 주로 올랐다.

두 차례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 계층은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80년대 중반 이후 가정을 꾸린 이들이 새로운 주택 수요를 창출하며 집값을 무섭게 끌어올린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중장년층으로 성장한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가 커가고 소득이 늘어나자 중대형 평수의 고급아파트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주상복합 아파트 붐이 단적인 사례다. 이런 대체 수요는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 강남과 목동, 분당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바로 '버블 세븐' 지역이다.

그런데 결혼과 함께 집을 장만하려는 세대의 인구비중은 급격히 줄고 있다. 소비보다 자산축적이 많아 집을 넓혀 가거나 '세컨드 하우스'를 구입하려는 중장년층 인구도 2015년부터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구구조상 주택 수요는 이제 9부 능선에 도달한 셈이다. 더욱이 2018년부터 절대인구 수도 줄어든다. 통계청도 3년 후인 2011년부터 716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주택 경기의 구조적인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은 독신자 등 1인가구의 증가와 이민자 유입, 투기 수요에도 영향을 받지만, 인구구조가 결정적 변수임은 전 세계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미 20% 이상 떨어진 미국 주택가격은 앞으로도 20% 넘게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거품이 다소 빠졌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집값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키워준 탓이다.

어떤 자산이든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10년 후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줄이는 게 마땅하다. 국내 산업에서 비중이 과도한 주택건설업을 신속히 구조조정 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미 계획된 2기 신도시 외에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도심 고밀도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말로는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건설업과 가계부실을 연장하는 이중적 태도도 엿보인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서울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등 마지막 남은 규제마저 무장해제 할 태세다. 10년 후 우리 부동산시장에 몰아칠 패닉이 두렵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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