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형사 단독 판사들에게 외압성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 내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이은 사건으로 더 이상 좌시할 수 만 없다는 판사들의 의견도 상당수라 법원 내부는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촛불 재판'을 보수 성향 판사에게 몰아주고, 즉심 피고인에게 벌금 대신 구류를 선고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이어 5일 신 대법관의 이메일 내용이 공개되자, 일선 판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한 듯 도리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문제가 문제인 만큼 무턱대고 나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보다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이메일 내용의 '외압성'과 보낸 행위가 외압이 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대법원의 조사결과와 조치 여하에 따라 사법파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만으로 판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않다. 한 부장 판사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법원을 관리하는 기관장의 입장에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 도리어 부담이 될 수 있어 신속한 처리를 요구한 정당한 의사 표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판사들 가운데는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아 사태 추이를 예단할 수 없다.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이 제청된 상황에서 법원장이 사건 처리를 독촉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은 불합리한 재판 개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단독 판사는 "위에서 내려온 이메일을 단순한 의견 제시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관련 의혹들이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보면 다음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신 대법관이 담당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법관에 대한 명백한 압력 행사로,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유죄 판결을 하라는 내용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신 대법관은 대법관직에서 사퇴하고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