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여야는 2일 극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뜨거운 감자인 미디어 관련법이 테이블에 오르면 또다시 격돌할 수밖에 없다. 우선 관점 자체가 다르다.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 법'으로 보고 있고, 민주당은 'MB 악법'으로 낙인찍고 있기 때문이다. 뇌관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6월 국회 처리'까지 가는 길은 험난할 듯 하다.
독소조항 논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일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미디어 관련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파국을 막으려면 미디어 관련법의 내용을 바꿔야 한다는 경고다.
민주당의 타깃은 방송법, 신문법 개정안에 맞춰있다. 대기업과 신문이 방송지분을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재벌과 일부 보수언론이 여론을 독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 외국자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면 문화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의 사이버모욕죄 신설부분도 극력 반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원안 고수 입장이다.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바꿀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 의원은 다만 대기업의 방송지분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서 아직 논의된 바가 없어 확정된 방안이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다.
사회적 논의기구의 역할
향후 100일 동안 거치도록 돼있는 사회적 논의기구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야는 동상이몽이다. 한나라당은 합의안 그대로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박희태 대표는 "사회적 논의기구의 의견을 수용할 의무도 없고 거기에 구속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충실한 심의를 통해 결과를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98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만든 방송개혁위원회를 전례로 든다. 방송개혁위가 당시 7개월의 논의 끝에 내놓은 통합방송법안은 여야 협상의 준거가 됐다.
기구에 정치인이 참여할 것인지도 문제다. 민주당은 가급적 정치인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법의 문제를 차분하게 분석하고 따지기보다는 정치논리가 범람, 유야무야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치인이 일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정치권 인사들로만 구성될 경우 정부여당이 내놓은 법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여부
여야 합의에는 없지만 야당이 제기하는 여론조사 실시를 놓고도 논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하는데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논의기구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압박용 카드다.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계산한 새로운 제안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여론수렴으로 충분하다며 부정적이다. 당내 경선도 아닌데 여론조사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치 않은데다 합의사항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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