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반영한다고 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나머지 두 가지 잘못을 저질러 성공 투자를 그르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첫 번째는 완만한 성장이 아니라 '가파른' 성장만 좇는 것. 매출과 이익이 10%씩 만 꾸준히 늘어도 7년이 지나면 외형은 2배가 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7년이라는 시간에 부담을 느끼며 당장 내년 2배가 되는 기업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허황된 비전을 내세우는 기업에 현혹되거나 설사 실현된다 해도 이미 주가에 반영된 고(高) 평가 주식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두 번째 잘못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찾다 보면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이 커져야만 기업도 짧은 시간에 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치 경제 성장률이 높은 중국 사람과 결혼해야 2배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둘 사이에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산업이 커진다고 해서 해당 업종의 기업이 모두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일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모른다.
오늘날 인터넷이 이 만큼 성장했지만 과연 누가 처음부터 네이버가 야후와 다음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겠나. 과거 사례가 통찰력을 주기보다는 실수를 불러오는 달콤한 유혹이 될 뿐이다.
가치투자자는 이 같은 잘못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고려한다. 먼저 지나치게 높은 성장률보다는 장기적으로 적당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업으로 눈 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도 감안됐다.
둘째, 성장을 꼭 산업의 성장에서만 찾지 않는다는 것. 가치투자는 산업이 아니라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산업과 별개로 개별 기업이 성장하는 방식이 있다는 말인데 제품 가격 인상과 경쟁사 몰락에 따른 성장이 그것이다.
소비자 독점력이 강한 기업은 수요 감소 없이 가격을 조금씩 올릴 수 있는데 이는 결국 매출과 이익의 확실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또 산업의 크기가 비슷해도 경쟁사가 무너지면 그 몫은 '내 차지'이다.
최근 풍력, 태양광, LED 등 테마가 유행이다. 잘 이어지면 인터넷이 그랬듯 소비자로서 우리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산업과 개별 기업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냉철해 질 필요가 있다. 성장에 대한 탐욕은 늘 인터넷 버블 붕괴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 앞으로 등장할 성장산업에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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