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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빙판' 한라의 기적은 '가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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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빙판' 한라의 기적은 '가족애'

입력
2009.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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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는 대중의 외면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안양 한라가 2008~09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기적'이라고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팀 당 36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에서 한국 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1위를 차지했고 3일 현재 4강 플레이오프에서 5년 전 '한 수'를 지도 받았던 일본제지 크레인스와 2승2패로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

한라의 이러한 돌풍은 끈끈한 '가족애'로 뭉친 팀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구단주 정몽원(54) 한라건설 회장 내외는 선수단에 '부모님'으로 통한다. 만사를 제치고 경기장을 찾고 군 입대와 결혼 등 선수들의 대소사를 일일이 챙길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구시로 원정의 3차전(2월28일)과 4차전(3월1일)을 직접 관람했고 홍인화(52) 여사는 원정 내내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탄탄한 조직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형제애'에서 비롯됐다.

선수단 내에는 다섯 쌍의 형제가 있다. 이권준(29)과 이권재(26), 김홍일(29)과 김홍익(26)은 친형제지간이다. 이권재는 2004년 강원랜드(하이원 전신)에 입단했지만 형과 함께 뛰기 위해 2007년 한라로 이적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한라에 지명된 신인 조민호(23)는 베테랑 공격수 김한성(28)과 이종사촌 형제다.

김기성과 박우상(이상 24), 브락 라던스키(26)와 브래드 패스트(29)는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형제'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사이다. 김기성과 박우상은 하키 스틱을 잡은 이후 홍익초-경성중고-연세대를 거쳐 한라에 이르기까지 13년간 호흡을 맞춰온 '단짝'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아이스하키 명문 미시건주립대 동문인 라던스키와 패스트는 '동반 계약'을 팀에 요구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이들은 뛰어난 활약으로 나란히 재계약에 성공, 향후 2년간 한라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공격수 김원중(25)과 프런트 김주희씨는 친남매다.

끈끈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똘똘 뭉친 한라가 아시아리그 정상에 등극하며 '빙판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시로(일본)=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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