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집트, 그리스, 페루, 에티오피아…
프랑스 디자이너 고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에 청나라 토끼와 쥐머리 청동 동상이 매물로 나오면서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반환을 규정한 국제법이 실효성이 없어 약탈 국가가 자발적으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 이상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 매클래치는 최근 주목을 받은 중국의 청동 동상 이외에 반환 여부를 두고 분쟁이 첨예한 약탈 문화재를 2일 소개했다. 고대 문명의 보고인 이집트는 세계 최대의 약탈 피해 국가다. 현재까지 돌려 받은 문화재만 5,000점이 넘을 정도로 약탈 문화재 자체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집트는 수년 전부터 약탈 문화재 5점을 돌려달라고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반환이 힘들면 대여라도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각국의 대답은 같았다.
5점의 유물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계기가 된 로제타스톤(영국)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 흉상(독일) ▦덴데라 사원의 12궁도(프랑스) ▦피라미드 설계자 헤미운누 상(독일) ▦피라미드 건축가 안카프 흉상(미국) 등으로 한결같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기념비적 유물이다.
해당 국가들은 그러나 빌려주면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는데다 자국 박물관 관람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대여를 피하고 있다. 약탈 문화재 덕분에 프랑스, 영국 등의 박물관은 매년 수백만명이 찾고 있지만 정작 이집트에는 모조 문화재가 전시되고 있다.
유럽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도 영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19세기 오스만투르크 주재 영국 공사 엘긴 경에 의해 반출된 파르테논 신전 부조와 조각들(엘긴 마블)을 되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영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유물은 여전히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약탈 문화재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반환이 쉽지 않은 이유는 국제법인 유엔 협약이 1970년 이후 거래된 약탈 문화재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환을 명시한 확실한 물증이나 약탈 국가의 자발적 반환의지가 없으면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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