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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요즘 주택연금이 뜨는 까닭은

입력
2009.03.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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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역모기지론(이하 주택연금)을 살렸다.

주택연금이란 노인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되, 일시금 아닌 연금처럼 받는 받는 것. 별다른 소득 없이 집 한 채 달랑 가진 노인들이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출시 이후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불황을 타고 주택연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4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달 주택연금에 신규 가입한 건수는 63건, 보증공급액(대출약정액) 6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입건수는 186%, 보증액은 169%나 급증한 것이다.

겨울철은 통상 담보대출도 비수기. 그런데도 역모기지론은 되레 상승세다. 무슨 까닭일까.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다. 불황의 여파로 노령층들이 '기댈 언덕'이 사라진 탓이다. 일정액 생활비를 주던 자식들이 월급이 줄고 직장마저 잃을 상황에 이르면서, 노인들은 자녀들에게 손 벌리기가 미안하게 됐다. 스스로 생계비를 해결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남은 선택은 유일한 자기자산인 주택을 활용하는 것. 결국 갖고 있던 집을 담보로 맡기고 생활비를 직접 충당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2005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의 고령자의 절반 가까이(42.6%)가 생활비를 자녀로부터 받고 있다.

노령층들이 집을 상속의 수단으로 여기던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것도 역모기지론에 몰리는 주요한 이유다. 역모기론은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노후 설계 방법으로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집 한 채 라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해 제도 정착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이젠 상당수 노인들이 자녀에게 생활비를 의지하고 집을 물려주기 보다는 생활비도 의지하지 않는 대신 집도 물려주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몰락도 한몫하고 있다. '사놓은 집은 반드시 오른다'는 것이 보편적 60대의 정서지만, 최근 주택가격하락으로 '집 소유=부의 증식'라는 등식이 깨지면서 역모기지론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또 제도 개선도 역모기지론 인기에 불을 붙였다. 역모기론 시행 초기만 하더라도 대출금이 있거나 의료비용, 자식 결혼 비용 등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입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 같은 조건을 아예 없애면서 문턱을 대폭 낮췄다. 특히 지급 방식도 매월 같은 돈을 받는 고정형에서 탈피해 증가형(초기에 적게 받고 갈수록 많이 받는 형식)과 감소형(초기에 많이 받고 갈수록 적게 받는 방식)을 도입하고, 한꺼번에 목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의 편의를 대폭 높였다.

유상규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장은 "올 3월부터 주택연금 월지급금 산정기준인 대출한도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4월중에는 가입연령 하향조정(65세→60세), 수시인출비율 확대(30%→50%) 등 제도 개선으로 주택연금 신규가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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