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의 '수호신' 임창용(33ㆍ야쿠르트)은 3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 앞서 가벼운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지난달 28일 주니치와의 연습경기 도중 타구에 오른 팔꿈치를 맞고 쓰러진 이후 3일 만의 훈련이었다. 훈련을 마친 뒤 임창용은 "팔꿈치는 괜찮다. 감도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창용이 웃었다. 더불어 대표팀도 활짝 웃었다. 임창용은 3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 팀이 0-3으로 뒤진 4회초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투구수는 총 10개, 직구 최고구속은 148㎞까지 찍혔다.
임창용은 첫 타자였던 8번 나카이에게 초구에 좌전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주자가 있어야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소방수 본능'은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임창용은 다음타자 사네마쓰를 희생번트로 처리한 뒤 1번 구도를 3구 헛스윙 삼진, 2번 마쓰모토를 4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유의 '뱀직구'는 물론이고 체인지업도 날카로웠다. 구도는 임창용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속절없이 당했다.
임창용이 마운드에서 건재를 과시하자 도쿄돔을 찾은 일본대표팀 선수들도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전 선발이 유력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마무리투수 후지카와 규지(한신) 등 10여 명이 이날 도쿄돔을 찾아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임창용의 건재는 대표팀에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박찬호(필라델피아) 이승엽(요미우리) 김동주(두산) 박진만(삼성) 등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의 4강 신화 주역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황에서 임창용마저 뛸 수 없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차와 포를 다 떼고 장기를 둬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임창용의 건재로 한국은 적어도 뒷문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한편 한국은 요미우리의 막강 마운드에 눌려 0-3으로 패했다. 전날 세이부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던 한국은 1승1패로 평가전을 마쳤다. 한국은 4일엔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도쿄돔에서 자체 훈련을 하고, 5일엔 장소를 야쿠르트의 홈인 진구구장으로 옮겨 최종 리허설을 한다.
도쿄=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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