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2009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를 앞두고 지난 1월말 남녀 탁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유남규(41) 감독과 현정화(40) 한국마사회 감독.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그러나 탁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뭉친 '열혈 지도자'다.
그들이 88서울올림픽 영광 재현을 위해 다시 뭉쳤다. 유 감독과 현 감독은 서울올림픽 때 각각 남자단식과 여자복식 금메달을 일궜고,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 1위를 차지한 '국민 영웅'이었다.
지난해는 파란만장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8개월 앞두고 천영석 전 탁구협회장의 독선적인 운영에 반발해 동반 사퇴했다가 한 달전 코치 신분으로 복귀해 남녀 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 체제로 새로 출범한 탁구협회에서 '제대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 파란만장-어제
베이징올림픽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시기에 선수들과 함께 하지 못했으니 아쉬울 법도 하다. 하지만 둘 다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 감독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면 동메달 멤버가 출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했고, 유 감독도 "똑 같은 상황이 왔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현재의 회장님은 '모든 건 기술자가 알아서 하라'고 맡기고 후방에서 지원하는 스타일이에요. 이젠 경기력을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유 감독은 2007년 11월 이재화 총감독과 불화로 농심삼다수 감독에서 해임되는 바람에 결혼 이후 1년 넘게 실업자 신세였다.
"딸도 태어났는데 아내를 볼 면목이 없었죠. 링컨대 강의 등 해외에서 제의도 많아 떠날까 고민도 많이 했죠. 하지만 그 때마다 아내가 '그러면 도피다.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중심을 잡아줬어요." 기나긴 기다림 끝에 명예회복의 기회는 왔다.
■ 전도유망-오늘
4월 세계선수권대회가 첫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개인전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탁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승부사'답게 내심 욕심은 나는 모양이다.
유 감독은 최근 중국의 왕리친을 꺾는 등 꾸준한 상승세인 주세혁(삼성생명)에게, 현 감독은 김경아(대한항공)-박미영(성생명)의 여자복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눈 앞의 성적만이 아니다. 계약기간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이건만 '승부사'들은 벌써 2012년 런던올림픽, 더 나아가 2016년 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현 감독은 "대표선수의 랭킹관리 못지않게 차세대 유망주와 주니어 선수의 육성이 중요하다. 누가 은퇴하든지 그 뒤를 이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4~6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상비군에 이례적으로 남녀 주니어 2명씩 합류시킨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중국타도-내일
결국 최종 목표는 '중국 타도=세계 제패'다. 세계 정상을 목전에 두고 번번이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량차는 현 감독도 인정했다. "중국은 힘과 스피드는 물론 기술도 정확해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이지만 전력의 갭은 엄청 큽니다. 꼭 이겨야 한다는 중국의 심리적 압박을 파고 들어 실수 유발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유 감독은 중국 타도의 해법을 탁구의 프로화에서 찾았다. 프로화의 첫 걸음으로 지난해 부활시킨 슈퍼리그를 올해도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 감독은 "중국 탁구계는 프로화를 통해 급성장했다. 유승민급 실력자들이 100여명 될 정도로 자체 경쟁이 치열한 데다 우리 선수들을 용병으로 데려가면서 전력까지 노출됐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이런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기가 좀 늦었지만 유승민 오상은 등 간판 스타들이 있는 지금 프로화를 해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그걸 해줄 수 있는 건 우리들이겠지요."
선수에서 코치로, 또 감독으로. 한국이 낳은 최고의 '탁구 스타' 유 감독과 현 감독의 새로운 여정이 장도에 올랐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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