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 방식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극한 대치로 치닫던 여야 관계는 일단 숨통이 트였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싸우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대승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평가해줄 만 하다. 따라서 당분간 여야 관계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이런 대화기조의 트랙을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 폐지 관련법 등 골칫거리 쟁점법안의 처리 역시 합의돼 여야 관계의 걸림돌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도 향후 정국의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국에 언제까지 순풍이 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여야 모두 이번 합의는 떠밀리듯 이뤄졌다는 인식이 크다. 국회 파행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의 경우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민주당 역시 김형오 국회의장의 입장 변화로 불신의 골이 더 깊게 파였다. 이날 여야 합의 직후 민주당 대변인 논평이 이런 기류를 잘 보여준다. 김유정 대변인은 "1월6일 합의와 3월2일 새벽 합의를 파기한 한나라당과, 본인의 중재로 이뤄진 여야 합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김형오 의장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상호불신의 심지에 불을 붙일 인화성 소재가 적지않게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발생한 의원 폭력사태 해결이 여야 관계의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3월 중엔 추가경정 예산안 문제도 여야 간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번 추경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야당 동의가 필요하다"(기획재정위 간사 이광재 의원)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당초 내달 2일 이명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전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상임위 통과를 계획했던 만큼 4월 임시국회 때엔 한미FTA 비준안 문제가 또 다시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