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과 유흥업소 업주 사이의 고질적 유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단행키로 했던 대규모 '물갈이성' 전보 인사를 연기키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4일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 서장들에 대한 인사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어서 강남지역 경찰관들에 대한 인사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초 이번 주까지 단행키로 했던 강남, 서초, 수서 등 강남지역 3개 경찰서 경위급 이하 경찰관들 약 600명에 대한 대규모 전보인사는 총경급 인사가 완료된 이후인 이달 말이나 4월 초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청 관계자는 "강남지역 서장들이 인사를 앞두고 있어 적극적으로 인사 대상자 명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일단 연기했다"면서도 "전보조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이동의 원칙과 기준을 두고 반발 조짐을 보이는 등 전보 대상자 기준에 오른 장기근속 8년 이상 경찰관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특히 일부 경찰관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 전보 대상자가 될 경우 모두 비리 경찰관으로 찍히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초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원칙이나 기준 없이 한 경찰서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전보 대상자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상자가 될 경우 비리 경찰로 오인 받지 않겠냐는 생각에 전체적으로 사기가 떨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경찰관은 2003년에도 같은 이유로 강남, 강북 지역 경찰관을 바꾸는 대규모 전보조치를 취한 바 있었던 점을 들어 "비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바꾸는 것으로 해결된다면 이미 해결됐어야 한다"며 "눈 가리고 아웅 식 조치"라고 말했다.
몇몇 경찰들은 전보 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등 이번 조치를 두고 경찰 내부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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