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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美 상이군인, 드라마 배우로 '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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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美 상이군인, 드라마 배우로 '제2인생'

입력
2009.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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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에서 얼굴 등에 심한 부상을 입고 제대한 미국 상이군인이 장애를 극복, 인기 TV 드라마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이처럼 인기높은 드라마에 나오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ABC 장수 드라마 '올 마이 칠드런(All My Children)'에서 자신의 처지처럼 상이군인 역할로 나오는 J. R. 마르티네즈(25)는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한다.

2일 CNN 방송 온라인판에 따르면 그가 드라마에 합류한지 5개월째지만 기념사진 촬영과 사인을 원하는 팬들을 보면 아직 어색하다. 마르티네즈는 2002년 19살에 입대, 다음해 2월 육군 보병 일원으로 이라크에 파병됐다. 그는 2003년 4월 중부 카르발라에서 운전하던 험비가 지뢰를 건드려 얼굴과 신체의 40% 이상에 화상을 입었다.

당시 불길에 휩싸인 차 안에 혼자 갇혀 있던 마르티네즈에게는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구출되기까지 10분 남짓 동안 그의 의식은 또렷했다.

"나의 전사 소식에 슬퍼할 어머니가 문든 떠오른 순간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애써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마르티네즈는 술회했다. 그는 "그 덕분에 살아 남았다. 인간에겐 누구나 그런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고 전했다.

귀국한 마르티네즈는 끔찍한 화상치료를 위해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피부이식과 성형시술 등 32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괴로운 적이 많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하지만 가슴을 펴고 살다 보면 반드시 소원이 이뤄질 것이란 일념으로 버텼다."

그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어머니가 매일 밤 즐겨 시청하는 멜로 드라마를 보게 됐다. 그는 언젠가 자신도 드라마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간병하던 어머니에게 농을 건 적도 있다고 한다. 마르티네즈는 "꿈을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갑자기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치료와 수술 속에서도 마르티네즈는 상이군인 지원 단체의 강사로 나서 체험담을 들려주며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왔다. 그의 남다른 모습은 뉴욕 데일리 뉴스와 CNN, 잡지 등 언론 매체에 크게 소개됐다.

드라마에서 마르티네즈는 이라크 전쟁에서 부상당한 브롯 몬로 역으로 나온다. 그는 군에서 여군 중위를 사귀었지만 만신창이가 된 자신 때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를 쓴다. 상흔이 깊은 본인의 모습과 연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심리묘사가 그의 역할이다.

촬영 도중 이라크전 기억 때문에 괴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마르티네즈는 "쓰라린 경험이지만 때로 시청자 앞에서 털어놓는 것도 괜찮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애초 제작사는 그의 출연기간이 3개월 정도라고 했지만 관심이 쏠리면서 연장됐다. 그는 '올 마이 칠드런' 촬영이 끝나면 회고록을 쓰고 토크쇼 사회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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