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오사카에 사는 재일동포 김모(55ㆍ여)씨는 가깝게 지내는 동포 친구 부부 일행 5명과 함께 최근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김씨 일행은 이중 닷새는 친지와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남은 이틀은 각각 하루씩 할애해 서울과 부산의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 현장을 둘러봤다. 원화가치가 하락한데다 한국내 미분양 아파트를 살 경우 양도소득세까지 면제받을 수 있는 만큼, 지금 한국 부동산을 사두면 꽤 쏠쏠한 투자가 될 것 같아 관광 겸 원정투자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2. 부산 해운대에서 주상복합을 분양하는 한 대형건설사 모델하우스에도 최근 재일동포 일행들이 다녀갔다. 좋은 환율 조건일 때 사두고, 앞으로 되팔 경우 세금부담 없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게 이들의 판단. 재일 동포들은 계약금과 중도금, 주변 시세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일부는 구체적인 계약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원ㆍ엔환율이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로 폭등(엔화가치상승=원화가치하락)하면서, 일본자금의 한국 부동산 시장 입질이 시작됐다. 이중 대부분은 재일교포 자금으로 추정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관광도 할 겸, 투자도 할 겸, 일석이조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오는 재일교포 '원정 투자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의 발길이 잦아진 이유는 ▦부동산 시장침체로 한국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데다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에서만 절반 가까운 '디스카운트 효과'가 생겼고 ▦미분양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세 면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한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높아졌기 때문. 이런 탓에 서울 도심의 주요 미분양 아파트와 부산 지역 고급 주상복합 모델하우스에는 국내 수요자들 못지않게 재일동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 부동산에 대한 일본 자금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업체들도 이젠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미분양 판촉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특히 일본과 지역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까운 부산지역 분양 현장을 가진 건설사들은 재일동포를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A사는 부산 미분양 판매를 위해 한국 부동산에 관심이 높은 재일동포를 끌어들이기로 하고 분양 대행사 등을 통해 판매전략 등을 구상하고 있다. B사도 일본 분양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 시장 조사에 나서고 있다.
엔화자금이 기웃거리는 곳은 비단 아파트만이 아니다. 상업ㆍ업무용 빌딩에도 노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오피스 빌딩 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100억~200억원 단위의 엔화 사모투자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로 실물 경제 침체가 극심해지면서, 기업 구조조정 매물로 나오는 사옥들은 엔화 투자자들이 노리는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오피스 빌딩들도 대부분 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 상반기를 전후해 20~30% 가량씩 가격이 하락한 데다, 높아진 엔고 환율을 감안할 때 절반 이하 가격에 서울 도심의 알짜 빌딩들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침체된 국내 실물경기가 더 악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엔화로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기는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라며 "다만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 불투명한 경기 회복, 낮은 경제성장률 등 부동산 시장 외적인 변수들이 투자 전망이나 성패를 갈라 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