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맞게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겠습니다."
출가한 지 20년이 넘은 조계종의 스님 40여 명이 모여 사후 장기ㆍ시신 기증, 개인 재산의 종단 귀속 등을 약속하는 결사체를 구성한다.
만초(울산 해남사 주지), 금강(해남 미황사 주지), 마가(천안 만일사 주지), 선오(대전 만불선원 주지) 스님 등은 2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정 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창립 법회를 6일 오후 조계사에서 갖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후에 장기 기증뿐 아니라 일체의 개인 자산을 조계종 등 공적 기관에 기부하는 것을 약속하는 내용의 유언장과 기증 신청서를 작성, 창립 법회에서 봉정할 예정이다.
또 무소유 정신에 따라 총무원의 소임을 맡으면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등 청정한 삶을 실천하면서 불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은 대부분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에 참여했다가 각자 지역에서 포교활동에 전념해온 이들이다. 이들은 결사 선언문에서 "종단 개혁 당시의 진정한 승가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염원과 의지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위법망구(爲法亡軀ㆍ몸을 바쳐 법을 지킴)의 심정으로 오직 부처님의 정법대로만 살고자 서원하는 결사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금강 스님은 "종단 개혁 후 15년이 지나면서 종단에 대한 비판ㆍ대안세력이 사라졌다"며 "불교의 모순된 점을 드러내고 21세기 한국불교의 역할을 제시하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마가 스님은 올 가을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세력화를 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3년 전부터 이 모임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청정하게 살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