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8)의 운은 없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운은 반짝였다.
맨유와 토트넘의 2008~09 칼링컵 결승전이 열린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루이스 나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좌우 측면 날개로 선발 기용돼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후반전 교체 투입을 계획했지만 존 오셔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교체 카드 1장이 줄어들어 박지성은 끝내 벤치만 달궜다.
이로써 박지성은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 그라운드를 2005년 입단 이후 단 한 차례도 밟지 못하는 악연을 이어갔다. 또 팀이 승부차기 끝에 칼링컵 정상에 올라 우승 메달을 받았지만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이어 유럽에서 열린 2개 대회 결승전을 연속으로 출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계획에 적당한 운이 따라주면서 3년 만에 칼링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사상 초유의 '쿼드러플(칼링컵, 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을 노리고 있는 맨유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맨유는 이날 연장전까지 포함해 120분간 무득점에 그친 뒤 맞은 승부차기에서 4-1로 이겼다.
맨유는 '11m의 룰렛 게임'으로 비유되는 승부차기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2000년 이후 6차례 승부차기에서 5차례 승전보를 울린 것. 맨유의 승부차기 패는 2004~05 아스널과의 FA컵 결승뿐이고,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와 결승전을 포함해 언제나 승부차기의 '행운의 여신'은 맨유의 손을 들어줬다.
칼링컵은 퍼거슨 감독의 의도대로 '젊은 피'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은 칼링컵에서 영건들을 적극 기용해 실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와 같이 결승전에서 공격수 대니 웰백(19), 미드필더 대런 깁슨(22), 수비수 조나단 에반스(21)를 선발 출전시켜 큰 무대 경험을 쌓게 해줬다.
대신 주전급인 루니, 베르바토프, 박지성 등을 쉬게 하며 5일 뉴캐슬과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