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은행으로 떠오른 HSBC가 한국 시장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세계적 은행답지 못한 미숙한 자료작성과 책임 회피,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인수합병(M&A)발언으로 국내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HSBC의 행보는 금융전문지 '뱅커'가 선정한 2연 연속 브랜드 파워 1위 은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3월 위기설의 도화선이 된 HSBC 증권 리서치 애널리스트 발표 자료. 지난 달 20일 한국이 올해 단기외채비율 102%에 이르고, 은행 예대비율도 130%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지표를 발표했다. 이 같은 예측치를 기반으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8일자)에서 '한국이 비교적 규모가 큰 신흥시장 경제 17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헝가리에 이어 외환위기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고 보도했다.
근거 없는 3월 위기설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국내 금융시장은 이 보도로 휘청거리며 진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추정치는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HSBC도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해명 내용은 더 문제였다. 'HSBC 글로벌 리서치의 분석과 전망은 HSBC 그룹 매니지먼트의 견해와는 독립적이다'는 것.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만큼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뒤 이어'HSBC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과 저력을 믿으며 한국경제의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버스가 떠난 뒤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 9월에도 HSBC가 한국정부가 미 국ㆍ공채에 대한 투자가 과도해 제2의 환란을 맞을 수 있다고 해 시장에 충격을 준바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해명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정말 군색하다"고 일축했다.
비현실적인 M&A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샌디 블록하트 HSBC 아태지역 최고경영자는 지난 3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향후 한국시장에서 M&A 기회를 살피고 있다'는 말을 했다. 사실상 외환은행 인수를 재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만 잃은 꼴이 됐다. 지난해 9월19일 외환은행 인수를 전격 포기한지 6개월도 안돼 국내에서 또 다시 M&A를 추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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