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대학을 앞세워 과거 식민지였던 마그레브(알제리ㆍ모로코ㆍ튀니지 등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성장률 정체에 고심하는 프랑스에게 마그레브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중해 연안국가 연합'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추진하는 속셈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과 공과대학들이 마그레브 지역에 분교를 설립하거나 현지 대학에 공동 학위과정을 속속 개설하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사르코지가 기업과 교육기관 꽁무니에 매달려 마그레브로 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교육기관의 마그레브 진출은 현지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이들 교육기관 졸업생이 프랑스 기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고액 연봉을 받자 점점 더 지원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프랑스와 마그레브 간 교통ㆍ통신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알제리에 위치한 경영대학원으로 파리의 명문 대학 소속 교수들이 비행기로 출퇴근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마그레브의 프랑스 경영학ㆍ공학 분야 그랑제콜(2년제 최고위 대학원 과정) 책임자인 장 프랑소아 피오리나 교수는 "리옹에서 카사블랑카로 가는 비행기 운임이 리옹에서 파리로 가는 고속철도 비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그레노블 대학은 카사블랑카에 분교를 설치하고 300여명의 현지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대학을 앞세워 마그레브 진출에 성공한 프랑스의 꿈은 더 원대하다. 마그레브는 서구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이슬람 문명과 서구문명의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에스카 경영대학원 학장 타미 고피 교수는 "서구와 무슬림 문명이 만나는 이곳에서 우리는 양 문명과 시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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