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다. 충무로가 2월 흥행을 기대했던 한국영화 3편이 줄줄이 쓴 잔을 마셨다. 1주 간격으로 개봉한 '마린보이'(2월 5일 개봉)와 '작전'(12일 개봉)과 '핸드폰'(19일 개봉). 모두 스릴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일 현재 '마린보이'의 총 관객수는 83만명, '작전'은 113만명이다. 가장 늦게 출발선에 선 '핸드폰'은 50만명.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순제작비 1억원의 독립영화 '워낭소리' 관객의 반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결과들이다.
'작전'이 입소문에 의해 늦바람을 타고 있다지만 '대박'은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스릴러 삼형제의 실패는 예고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너무 믿은 '추격자' 효과
충무로에서 스릴러는 전통적으로 흥행과 거리가 먼 장르로 꼽힌다. 더군다나 봄방학이 있는 2월은 스릴러와 궁합이 맞지 않는 달. 그럼에도 2월 한 달새 세 편의 스릴러가 개봉한 데는 지난해 흥행작 '추격자'의 힘이 컸다.
'추격자'는 지난해 설 연휴 다음 주인 2월 14일 개봉해 550만명을 맞이했다. 밸런타인 데이에 개봉한 스릴러의 성공은 충무로 투자자들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 높은 완성도에 화제성을 겸비하면 스릴러라도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 낸 것.
한 영화 관계자는 "'추격자'의 성공으로 스릴러에 투자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며 "'마린보이' 등 세 편은 '추격자'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작이 지지부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자'의 수혜를 받아서 일까. 개봉 시기도 '추격자'의 뒤를 따랐다. 스릴러 삼형제는 상승효과를 기대하며 설 연휴가 끝난 2월 연쇄적으로 극장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 지나친 몰림이 서로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김은성 이노기획 대표는 "첫 주자 '마린보이'가 불을 붙이지 못하니 '작전'이 힘을 못쓰고, 결국 '핸드폰'도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며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가 이런저런 재미를 주며 시장을 넓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불황기에 웬 스릴러?
지난해 하반기 급작스레 몰아 닥친 경기침체도 패인으로 꼽힌다. 관객에게 두뇌회전을 요구하거나 가슴 졸이게 하는 스릴러는 불황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르.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인들조차 '머리 아픈 스릴러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며 "'워낭소리'나 '과속스캔들'의 성공도 불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기치 않게 '워낭소리'에 이슈를 빼앗긴 점도 고전의 요인이다. 극장가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면서 바람몰이에도 실패했다. 특히 스릴러 삼형제는 특급 스타가 없다는 약점도 지녔다. 김강우('마린보이')와 박용하('작전'), 엄태웅('핸드폰')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내기엔 힘이 부쳐보인다.
한 영화 관계자는 "세 작품은 소재만 다를 뿐 외관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며 "'쌍화점'의 조인성처럼 눈에 띄는 배우도 나오지 않는 엇비슷한 영화들에 관객이 눈길을 주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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