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쟁점법안 처리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여야 합의를 지휘한 원혜영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3일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
개혁성향 초ㆍ재선 모임인 '국민 모임'의 문학진 강창일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원 원내대표를 찾아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고민 중이다.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모임 소속 의원 8명은 점심 회동을 갖고 원내지도부의 사퇴요구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직접 사퇴의사를 타진해보자는 의견에 따라 일단 취소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민모임'과의 만남 이후 의원총회에서는 "임기(5월)를 못 채우는 것에 대한 명예, 불명예는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여야 협상의 패배를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도 이날 '합의 원천무효'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좌장격인 김근태 상임고문은 "한나라당에 속기도 했고 그들의 본회의장 입구 농성에도 대비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연대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 "백기를 들고 저쪽에 100% 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가 당내 비판에 밀려 중도 하차하면 민주당은 노선, 세력을 둘러싼 쟁투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4일 전주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덕진 출마를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회견이 열리는 등 재보선 변수까지 겹쳐지면 대립의 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다.
이런 분열상을 우려, 지도부가 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날 의원총회가 여야 협상 결과를 추인했다는 점에서 뒤늦은 책임론에 대한 비판도 적지않다. 김효석 의원 등 중도적 의원들은 "직권상정이 강행돼 쟁점법안이 다 통과됐다면 어땠겠냐"며 "야당은 더 얻어내는 게 목적이고 이젠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된다"고 반박했다.
내홍에 시달리자 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맹공을 퍼부으며 내부갈등을 바깥으로 돌리려 했다. 정 대표는 오전 라디오에 출연, "청와대와 한나라당 압박에 국회의장이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 게 실수였다"고 각을 세웠다.
아울러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은행법 처리를 무산시킨 것도 당내 불만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종의 강공 전략이었다.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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