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 밀집해있는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는 사대문 안에 사는 양반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다. 북촌의 양반들이 세웠다고 해 교계 내에서 '양반교회'로 불리는 안동교회가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 교회는 1909년 3월 첫째 주에 당시 정부 고관으로 기호학교(중앙고 전신)를 세웠던 박승봉, 개화파 지도자 유길준의 동생 유성준 등 양반들이 김창제의 집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초대 목사는 한국 장로교에서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7명의 목사 중의 한 명인 한석진 목사였다.
안동교회는 양반들이 많았지만 개혁적인 면모를 많이 보였다. 1920년 여성 계몽을 위한 '여자 야학원', 1923년에는 안국유치원을 세웠다. 교인 좌석을 남녀로 구분하지도 않았고, 여성장로 1호를 배출하기도 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순국한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이 시무장로였고, 교회 바로 앞에 살던 윤보선 전 대통령도 신자였다. 지금도 초창기 시절 교인들의 3~4대 후손들이 많이 출석한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여느 대형교회들처럼 교세를 성장시키기 위한 대중화를 꾀하지 않아 일요예배 출석 교인이 500명 정도다. 하지만 초창기의 전통을 지켜 교계 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손꼽힌다.
이 교회 100주년 기념사업도 일회성의 자축행사가 아니라 교회의 참모습을 세워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년 전 100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개안 수술을 하는 사업을 추진해 169명이 수술할 수 있는 헌금을 모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얀마 양곤의 지역 주민들에게 컴퓨터 교육, 의약품 지원, 직업교육 등을 지원하는 선교문화센터를 세웠다.
또 12년째 교회 주변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해오던 일을 확대해 지난해부터는 교인들 모두가 노숙자ㆍ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1인 1섬김 현장 갖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세상을 떠난 교인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설치, 창작 교회 오페라 '구레네 시몬' 초연(9월 27일) 등도 계획하고 있다.
황영태 담임목사는 "양반교회로서 꼿꼿한 선비의 기질을 바탕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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