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군의 제의로, 유엔군사령부와의 회담이 전격 개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항의를 통해 미사일 강행 등 도발 명분을 축적하는 한편 미국측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엔사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달 28일 전화통지문을 보내 장성급회담을 제의했다. 같은 날 북한군은 우리측 국방부에 따로 전통문을 보내 "남측의 묵인 아래 남북관리구역 내에서 미군이 도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회담 개최 전부터 북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회담을 제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북측은 32분 간 진행된 회담에서 이달 9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전시 증원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긴장 완화'가 북측이 내세웠던 회담 주제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는 원인이 한미 연합훈련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측의 최근 움직임과 앞으로 있을지 모를 도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키리졸브 연습에는 주한미군 1만2,000명과 해외 증원전력 1만4,000명 등 모두 2만6,000여명의 미군이 참여하며, 핵잠수함을 포함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도 참가한다. 훈련 기간은 지난해의 두 배인 12일에 달한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방어에 중점을 둔 연례적인 연습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측이 남북 간 회담이 아닌, 유엔사를 지목해 회담을 제의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의 하나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사의 주축은 미군으로, 사령관 역시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유엔사와 북한군과의 장성급회담이 2002년 9월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만남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유엔사 관계자는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은 엄연히 유엔사 소속"이라며 "미군과 유엔사 소속 장교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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