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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11) D램 낸드플래시에서 그린반도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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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11) D램 낸드플래시에서 그린반도체로

입력
2009.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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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의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한 켠에 위치한 환경안전담당(ESH) 연구소. 2003년 설립된 이 곳은 어떻게 하면 제조 공정과 제품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칠지 연구하는 곳이다. 그래서 10여명의 연구원들은 늘 폐수, 폐기물과 함께 살아간다.

최근 ESH 연구소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로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 올해 초 연구 개발이 끝난 이 기술은 반도체 제조용 원판인 웨이퍼 뒷면을 갈아낸 현탁액에서 실리콘을 추출한다.

침전물 때문에 잿빛으로 뿌옇게 변한 현탁액은 지금까지 버리는 폐수였다. 그러나 이 폐수에는 돈이 숨어 있었다. 바로 태양열 집열판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 성분이 0.05% 함유된 것.

하이닉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폐수인 현탁액을 따로 모아서 1년 여 동안 연구한 끝에 정제를 통해 실리콘 가루를 걸러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하니닉스 관계자는 "하루 배출하는 현탁액이 500톤"이라며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실리콘 가루는 500~750㎏"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얻은 실리콘 가루는 태양열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집열판 재료로 쓰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태양열 발전 붐이 일면서 실리콘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정윤영 하이닉스 환경안전담당 상무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이라며 "태양광 집열판 만드는 곳에서는 실리콘 가루를 한때 1㎏당 15달러 정도에 비싸게 샀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우선 실리콘 추출 장비를 이달 중 충북 청주 공장에 설치해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시험 가동에 성공하면 재활용 장비업체를 선정해 양산 장비를 만들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이 장비를 청주 공장은 물론이고 나중에 이천 공장에도 설치할 방침이다.

이처럼 하이닉스 공장에서 나오는 반도체 제조 폐수는 그냥 흘려 보내는 물이 아니다. 폐수를 정화해 이천 및 청주 공장 인근의 다른 회사에 공업 용수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걸러내는 황산은 인근 공장에 재료로 판매하며, 질산과 불산의 혼합물인 폐 질불산 역시 철강 공장 등에 재료로 제공한다. 덕분에 폐기물 소각비를 줄일 수 있었고 황산과 질불산을 판매하며 뜻밖의 소득도 거뒀다.

폐수를 자원처럼 관리하는 하이닉스의 실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 ESH 연구소 3층에 위치한 폐수 분석팀이다. 복잡한 계측 장비와 실험 장비가 늘어선 이곳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공장의 폐수 배출구에서 실시간으로 자동 측정된 수치를 확인한다. 환경 오염은 물론이고 행여나 돈이 될 수 있는 폐기물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ESH 연구소 외에 하이닉스에는 친환경 경영을 중시하는 김종갑 사장의 지시로 환경안전팀, 제품친환경팀, 외주환경보증팀을 두고 있다. 폐기물 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제품 등에서 환경 오염 물질을 줄이고 근로자의 작업 환경 또한 건강에 해롭지 않은 조건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천, 청주, 중국 무석 공장 등 생산현장마다 각각 운영하는 환경안전팀은 환경 보전을 위한 수질 및 대기 관리, 오염원 예방 활동 및 폐수 재활용 등을 맡고 있다. 하이닉스에 들어오는 모든 원자재의 유해 물질 포함 여부를 분석하는 'ESH Qual' 제도, 생태산업단지(EIP) 구축 활동 등도 함께 하고 있다.

내년까지 청주 공장 인근에 마련 예정인 EIP는 각종 폐기물을 재활용해 다른 업체의 원료로 제공하는 일종의 자원순환 네트워크다. 충청북도 및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청주환경운동연합, 하이닉스 등 12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외주환경보증팀과 제품친환경팀은 ESH 연구소와 함께 환경 유해 물질이 적게 들어가는 친환경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과로 지난해 환경 유해 물질인 할로겐을 사용하지 않은 반도체와 저전력 모바일 D램 개발에 성공했다.

할로겐은 반도체가 과열돼도 불이 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요소로 사용했으나 다이옥신, 다이퓨란 등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어 유럽 등에서는 꺼리는 물질이다. 하이닉스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사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내놓은 저전력 모바일 D램은 기존 소비 전력의 8분의 1 수준인 1.2V에서 작동하도록 개발됐다. 반면 속도는 더욱 빨라져 울트라 모바일 PC 및 휴대용 디지털 기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친환경 제품으로 개발된 반도체에는 하이닉스만의 독특한 '에코(ECO) 마크'가 부착된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에코 마크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반도체 패키지 한 켠에 로고 형태로 표시된다.

에코는 '환경은 곧 나'(Environment Creates Ourselves)라는 뜻의 줄임말로, 친환경에 대한 하이닉스의 책임 의식을 담았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2012년까지 세계 최고 환경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친환경 경영을 하고 있다"며 "이달 중 외부 환경단체가 하이닉스의 친환경 경영을 평가한 1차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의 '그린반도체' 정책 방향은

우리 나라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반도체 국가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2002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생산규모는 423억달러로 국내총생산의 5%, 수출의 10.5%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에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환경 유해 물질 사용 금지가 확산되고 있으며 친환경 설계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환경 유해 제품에 대한 규제는 각국 별로 법제화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조 공정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고 친환경 제품인 '그린 반도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제조 공정은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와 수질 오염을 줄이고 반도체 제조 원판인 웨이퍼 크기를 현재 300㎜에서 450㎜로 대형화, 자원 및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린반도체로는 태양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 전지용 태양광 반도체, 차세대 조명으로 주목받는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에 사용되는 광반도체, 친환경 차량에 탑재될 각종 반도체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환경 유해 물질과 에너지 사용 비용을 줄이고, 차세대 먹거리를 개발할 방침이다.

■ 정윤영 하이닉스반도체 환경안전담당 상무

"환경 경영은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정윤영(56) 하이닉스반도체 환경안전담당 상무는 환경 경영을 한마디로 '쓰레기에서 금을 캐는'(Garbage in, Gold out) 것이라고 정의했다. 반도체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화학 재료, 폐수 등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 과거에는 이를 소각해 버렸지만 이제는 재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정 상무는 "폐기물 재활용률이 95% 수준"이라며 "이를 올해에는 96%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웨이퍼를 갈아낸 현탁액에서 실리콘 가루를 추출하고, 폐수에서 황산과 질불산을 걸러내 철강 공장 등에 원료로 판매하는 것이 모두 여기 해당한다.

특히 올해에는 환경경영의 화두인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과불화탄소(PFC) 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PFC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특수 가스로 이산화탄소보다 더 큰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정 상무는 "지식경제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공정 최적화와 대체 가스를 사용해 내년까지 PFC 가스를 97년 대비 10% 줄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환경운동연합이 관리 시설을 점검하는 환경경영 검증단을 운영해 환경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정 상무는 "올해부터 반기별로 사장 참석하에 환경경영 자문회의를 열 생각"이라며 "대기 농도, 수질 수치 등을 공개하는 전광판을 이천 공장 정문 앞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세계 반도체 회사 중 유일하게 노조와 함께 매달 환경안전 평가를 하고 있는 점도 정 상무가 내세우는 하이닉스 환경경영의 자랑거리다. 직원들이 제조 과정서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정 상무는 환경경영 활동에 매진하다보니 일상 생활도 친환경적으로 바뀌었다. 화장실에 반드시 세수대야를 갖다 놓고 세수한 물은 꼭 변기에 부어 재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도 달라졌다.

"과거 품질 담당 임원으로 일할 때에는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이제는 사회와 국가, 나아가서 지구를 위해 일합니다. 그만큼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사회적 책임을 위해 환경 경영에 더욱 앞장서겠습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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