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한국은 여전히 없다." 며칠 전 어느 경제지에 난 기사 제목이다. 세계 영화를 지배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을 찾아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신비한 대국으로, 일본은 의리와 낭만의 나라로 묘사되어 서구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비단 영화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별다른 이미지가 없는 나라다. 있다면 예전에는 전쟁과 가난,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역동적인 경제성장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나라를 외국인의 마음 속에 심어줄 만한 뭔가 '고유한 특색'은 역시 빈약하다. 중국, 일본 뿐 아니라 우리보다 못 사는 인도, 타이, 베트남 등이 혹은 전통 문화로 혹은 자연 생태로 혹은 음식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할리우드에 한국은 없다"
한국에는 촬영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다고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이한 풍광도 없고 특색 있는 한국적 살림살이나 풍치도 없기 때문이다. 모두 짝퉁 서양 흉내뿐이니 서구인이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데도 없고 찍을 만한 독특한 삶의 방식도 없다. 이런 현실은 우리가 고유한 멋을 이루는 데 무심하고 이미 있는 고유성마저 버리고 미국 따라 하기에 온 힘을 기울인 결과다.
세계가 이른바 세계화 할수록 각 지역이 고유한 개성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런 '지역화'는 세계화와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한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의 보편적인 부분들이 많아질수록 각 지역의 고유한 개성은 더욱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그러한 개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시 말해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킬 만한 한국적인 개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치? 사찰? 왕궁? 태권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들지만, 솔직히 남들 보기에 한국의 대표 이미지로는 빈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통 가옥이나 미술품 같은 것들은 중국, 일본과 별 차이가 없고, 태권도, 김치 같은 것들은 문화적인 격조가 부족하다.
한국적인 것이 꼭 전통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한국적인 개성으로 우리는 '빨리빨리'의 역동성 같은 한국인의 행동 방식이나 어디선가 한국 대표 디자인으로 선정한 때밀이 수건이나 철가방 같은 것도 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우수 관광상품에 '때밀이 관광'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돈벌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역시 품격이 떨어진다. 셰익스피어 관광 상품으로 돈 버는 것과 때밀이 목욕으로 돈 버는 것이 같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한국적'이라는 말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고 한국적인 것과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모두 잘 몰라서 그렇다. 또 그 자체가 한국에 한국적인 것이 빈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할리우드가 '라스트 사무라이'를 만들고 '색계'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일본적인 것, 중국적인 것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성 만들고 알려야
한국은 무엇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나마 짐 캐리가 '예스맨'에서 "청주 날씨는 어때요?" 하고 묻는 걸 보니 역시 한국어와 한글이 그나마 한국의 대표적인 고유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역시 세계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적인 것은 전통과 현대 모두에서 찾을 수 있다. 사라진 전통은 복원하고 새로운 개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개인의 개성이 중요하다면 나라의 개성 역시 중요하다. 개성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나라도 겨레도 마찬가지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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