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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해 교통사고 처벌' 헌소 주역 대학원생 조홍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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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해 교통사고 처벌' 헌소 주역 대학원생 조홍주씨

입력
2009.03.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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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량 소송을 진행해 왔지만, 실제 위헌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그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중상해 피해를 입혀도 기소가 되지 않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해 지난 달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조홍주(30)씨의 말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씨는 4일 전화통화에서 자못 들뜬 목소리로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이라 사실 위헌결정을 얻기 힘들 것으로 봤는데, 그렇게 결정해줘서 (헌재에) 고맙다"고 말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39.3%로 가장 높다"며 부주의한 운전 풍토의 심각성을 지적했는데, 조씨가 그 같은 경우의 피해자였다.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공부에 열중하던 그는 2004년 9월5일 오후1시께 친구를 만나러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을 걸어가다가 차에 치었다. 그는 사고 순간이 기억 나지 않는다. 승용차 왼쪽 앞에 부딪혀 공중에 붕 뜬 뒤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바로 사경을 헤맨 탓이다. 친구 말에 따르면 귀에서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피가 쏟아졌다고 한다.

조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17시간 동안 뇌 안에 가득 고인 피를 빼내는 수술을 받았고 4개월간 입원했다. 왼쪽 몸과 얼굴에 마비 증세가 왔다. 사고 후 1년 동안은 휴학을 해야 했다. 가해자는 그가 수술이 끝난 뒤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한번 찾아왔다지만, 그는 아직 얼굴 한번 보지 못했고 "미안하다"는 전화 한통 받지 못했다.

그는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인터넷에서 '사고를 낸 경우에도 종합보험에만 가입하면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안 받는다'는 내용의 판례를 보게 됐고,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소급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어차피 자신은 이익을 볼 게 없지만 법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헌재에서 국선변호인으로 문한식 변호사를 지정해줬기 때문에 다행히 소송에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았다. 지난해 다른 교통사고 피해자 2명도 소송을 제기해서 힘을 합칠 수 있었다. 문 변호사는 "해당 조항이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소신을 갖고 소송에 임했다"고 말했다.

조씨는"지금은 거의 완치가 됐고, 결혼도 하고 잘 지낸다"며 웃었다. 아직 통원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지난해에는 6개월간 국제연합(UN) 경제사회국 인턴으로 일하는 등 왕성히 활동하며 교통사고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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