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완 임태훈(21)은 지난해 8월4일을 잊지 못한다. 베이징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오른 평가전 마운드. 약체 네덜란드를 맞아 2이닝 1실점으로 확실한 인상을 주지 못했고, 그날 밤 엔트리 탈락 통보를 받았다.
평가전 직전부터 7경기 평균자책점 9.82로 흔들린 임태훈은 이미 불길한 예감을 갖고 있던 터였다. 못하는 술을 물처럼 마실 만큼 당시 스무살 청년의 아픔은 너무 컸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9년 3월4일. 7개월 전 '대타' 윤석민(KIA)에게 밀렸던 임태훈은 본인이 대타가 됐다는 소식에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제출한 최종 엔트리에 황두성(히어로즈) 대신 45명 예비명단에도 없었던 임태훈을 포함시켰다.
임태훈은 지난해까지 2년간 13승(8패) 7세이브 34홀드를 올린 두산의 '믿을맨'. 황두성은 3일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서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드러냈다.
4일 오전 일본 쓰쿠미 구장에서 훈련 중 대표팀 승선 소식을 접한 임태훈은 "처음엔 누가 날 놀리려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갑자기 선발돼 얼떨떨하지만, 그만큼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다만 "공인구 적응 문제가 걱정된다"고 밝힌 임태훈은 "책임감이 크다. 한국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임태훈은 이날 오후 오이타 공항을 통해 도쿄로 이동, 대표팀에 합류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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