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등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종교계의 나눔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라'고 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메시지의 영향도 더해져 소외계층을 향한 종교계의 이웃돕기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불교 조계종은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3일 낮 서울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배식 봉사를 한 자비의 점심 나누기 행사로 '자비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저소득ㆍ실직 가정의 살림살이가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빠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종단 사상 처음으로 마련한 대규모 봉사운동이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물질적으로 어려울수록 가난한 이웃 중생들에게 보시행을 생활화하도록 하자'는 종정 법전 스님의 신년 교시에 따른 것이다.
먼저 전국 3,000여 사찰에서 27일 열리는 음력 삼월 초하루 법회를 '경제위기 극복 1배 100원 모금법회'로 갖는다. 절 1배에 100원씩, 108배면 1만800원을 모아 부처님오신날에 불우이웃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 올해 내내 사찰에 '한끼 나누기' 쌀독을 설치해 쌀을 모으고, 불교단체들에서는 각종 연수나 행사 때 한끼 또는 반찬 한가지씩을 줄여 기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부처님오신날 등(燈)공양비 중 1,000원을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희망의 등 달기'와 '저소득ㆍ실직 가정을 위한 템플스테이', '1사찰 1가정 결연사업', '난치병 환자 의료비 지원을 위한 3,000배 기도', 실직가정 아동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셰어윌(sharewill), 청년 실직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무원 인턴제'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추기경 선종 이후 '감사ㆍ사랑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천주교에서는 우선 김 추기경 추모기간과 겹치는 이번 사순절(四旬節)을 계기로 고인의 메시지를 확산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순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40일간으로 4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천주교 각 교구와 지역 성당들은 사순절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사순 저금통 모으기' '사랑의 쌀 한줌 모으기' '헌혈 캠페인' 등을 일제히 시작했다. 서울대교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를 중심으로 '하루 100원 모으기'와 함께 골수ㆍ장기 기증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6월14일까지 매주 본당 2곳을 지정해 '생명나눔 헌혈캠페인'을 벌인다. 김 추기경이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꿨기 때문에 이번 사순절에는 장기 기증이 특히 늘어날 것으로 주교회의측은 전망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사랑의 단식재'(4월3일)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동헌금의 날'(4월5일)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각 교구 및 본당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신자 의식교육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목사들이 교회에서 받는 사례금 중 5%를 기부하자는 운동을 확산시키는 것을 포함한 '기부와 자원봉사 및 나눔문화 확산' 실천요령을 만들어 회원 교단들에 독려키로 했다.
각 교회의 재정을 절감하고 소회계층을 돕는 구제비를 증액해 구제 및 불우이웃돕기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등 교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부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숙자 등 복지서비스 취약계층에 대한 구제활동을 지원하고 자원봉사활동을 강화토록 하는 지침도 마련했다.
지난해 서해안 살리기 운동을 펼친 한국교회봉사단도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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