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부정(不貞)에 분노한 샤리야르 왕은 두 번 다시 여자를 믿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날부터 처녀를 궁으로 불러들여 하룻밤 욕정을 풀고는 해가 뜨면 목을 베었다. 그 일을 3년이나 했다. 울음소리가 가실 날 없었고 백성들의 원성은 커져만 갔다. 딸을 가진 부모들이 도망을 쳐서 나중에는 한 사람의 처녀도 남지 않게 되었다. 세헤라자드는 자청해서 궁으로 들어간다.
그녀에게 가려 회자되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두냐자드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밤이 깊자 두냐자드는 세헤라자드를 졸라댄다. "언니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는 재미난 이야길 해줘요." 마침 잠도 오지 않던 터라 왕도 귀를 기울였다. 세헤라자드는 왕의 호기심이 절정에 달할 무렵 이야기를 멈추곤 했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왕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것은 두냐자드였다. "언니, 어젯밤 이야기의 그 다음을 들려줘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아라비아의 밤은 깊어만 갔다.
책 어디에도 두냐자드에 대한 묘사가 없지만 언니를 향한 사랑과 믿음이 깊을 뿐 아니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가씨였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녀가 없었다면 세헤라자드의 천일야화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는 두냐자드처럼 손발이 맞는 조력자가 한 사람쯤 있는가. 만약 있다면 지금부터 우리들의 천일야화는 시작된 셈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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