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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치고받다가 또 '벼락치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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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치고받다가 또 '벼락치기 국회'

입력
2009.03.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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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1시45분 국회 본회의장. 2월 임시국회 회기를 불과 15분 남겨놓고 있었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이 발언대에 섰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3건에 대한 제안설명 및 심사보고를 하기 위해서 였다. 권 의원은 “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심사했다.

자세한 내용은 단말기를 참조해달라. 위원회의 심사보고대로 의결해 주시라”는 요지의 짧은 말을 남기고 자리로 들어갔다. 이후 나온 박영아 안형환 의원도 쫓기듯 다른 법안의 제안설명을 마쳤다. 심지어 박 의원은 급한 마음에 김형오 국회의장의 허락이 있기도 전에 제안설명을 하려 했다가, 김 의장이 “잠깐만”이라며 제지한 뒤에 다시 하기도 했다.

제안설명은 법안 주요내용, 심사경과 등을 의원들에 설명, 표결에 참고하도록 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이날은 그저 요식행위였다.

그렇게 서둘렀어도 결국 76개 법안 중 14개 법안은 시간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여야 간 타협이 어그러진 데 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도 한 원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국회의 벼락치기 악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날 본회의는 밤 9시에야 겨우 시작했는데 처리해야 할 안건은 무려 76건이었다. 3시간 만에 무더기로 법안을 처리하려니 제대로 된 심의가 불가능했다.

전날 본회의도 밤 9시40분에 개의해 11시50분까지 91건이나 처리했다. 2월 국회 마지막 이틀 동안, 5시간 만에 무려 153건의 안건을 처리한 것이다. 벼락치기로는 금메달감이다. 정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다 생긴 일이다. 그리고 매번 반복된다.

초읽기로 법안을 통과시킬 때마다 국회의 권위는 그만큼 무너져 내린다. 이 어려운 시기에 여야 의원들이 진지한 토론을 하면 얼마나 감동적이겠는가. 국회가 제발 벼락치기를 멈춰주길 바란다.

정녹용 정치부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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