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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메드베데프에 비밀편지/ "이란核 협조땐 동유럽MD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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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메드베데프에 비밀편지/ "이란核 협조땐 동유럽MD 철회"

입력
2009.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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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비밀리에 보낸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해 미-러시아 관계를 '신냉전'으로까지 추락시킨 양국 관계 초미의 쟁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편지는 단서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하고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실질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오바마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2일 정부의 핵심 당국자가 3주 전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전했다고 확인하면서, 내용은 '이란의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노력을 저지하는데 러시아가 협조한다면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진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편지를 전달한 인사는 국무부 서열 3위인 윌리엄 번스 정무차관이라고 뉴욕타임스는 3일 전했다.

이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으나 "고무적"이라는 반응이 러시아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사일방어 문제에서 협력하는데 개방적이라고 믿고 있다"며 "(미국의) 신호들이 구체적인 제안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중대한 이슈가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희망적인 발언을 했다. 한 러시아 관리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MD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효과적이고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입장 선회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번 '비밀편지'는 이란에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러시아를 통해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러시아와도 여러 쟁점을 타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이중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군수품 보급이 탈레반의 강력한 저항으로 어려워지면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에 지렛대를 갖고 있는 러시아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말로 시한이 끝나는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을 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렇게 되면 군비축소를 통해 생기는 자금을 경제회복에 투입할 수 있다.

한편, AP통신은 나탈리아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몇 가지 새로운 제안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동유럽 MD시스템과 이란 장거리 미사일의 교환을 제안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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