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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석탄공사 사장 "공기업 만년 꼴찌의 혁명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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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석탄공사 사장 "공기업 만년 꼴찌의 혁명 지켜보라"

입력
2009.03.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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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공사 사장에 합격하고 취임사를 준비할 요량으로 30년 동안 차곡차곡 스크랩한 신문을 봤습니다. 대단한 걸 찾아냈죠. 최고경영자(CEO)가 된 사람들이 첫 마디로 모두'변화'와 '환골탈태'를 얘기했다는 겁니다. 경영원칙이 다 같다는 거죠. 하지만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이유요? 실천 강도에 달렸다고 봐야겠죠."

막장 국회, 막장 드라마 등 요즘 유행하는 단어'막장'의 확산에 제동을 걸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한석탄공사 조관일(60) 사장이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독한 경영'을 외치고 나섰다. 독한 경영은 직원을 쥐어짜는 경영이 아닌 원칙을 지독하게 지켜나간다는 경영계획.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 이념 위에 도입한 'Jump Up 100'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조 사장은 "미사여구만 동원된 여느 기업의 비전, 경영계획과 달리 100가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과제를 100일 단위로 나눠 실천하겠다는 계획"이라며 "방만경영 척결이라는 1차 프로젝트를 끝내고 현재 2차로'창공비행'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창공비행은 '창조적 공기업의 비전과 행로 찾기'의 줄임말이다.

석탄공사는 1차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말 정원의 16.1%인 384명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부사장 폐지 및 임원 1명 감축 ▦비서실 홍보실 폐지 등을 통해 조직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창공비행의 목표는 수익모델 발굴이다.

조 사장은 "한국 기업의 토종 경영 모델이 될 것"이라며 "다른 공기업들은 머지 않아'수지 부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석탄공사를 본받아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신감은 진행중인 일이 그만큼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차를 가하기 위해 조 사장은 최근 '70명의 결사대'도 꾸렸다. 본사 직원 전원이 동원된 조직이다. 조 사장은 "스스로 '내가 부장이다'라고 생각하고 기획안이나 언론 보도 자료를 만들어 내야 할 정도로 조직이 지나치게 슬림화돼 비용절감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신 재무장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조 사장은 "무슨 일을 하든 싸움닭 기질이 있어야 하는데, 직원들이 그런 면에서 부족한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희망의 부재'가 원인이었다"며 "이 연장선상에서 '막장은 희망'이라는 글을 썼다"고 밝혔다. 원죄 탓에 숭고한 삶의 터전인 '막장'이 불륜드라마, 폭력국회의 메타포로 사용되는 현실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의 처지를 헤아렸다는 것이다.

원죄는 다름 아닌 적자 경영. 석탄공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01년까지 860여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차입한 퇴직금 4,700억원이 눈덩이처럼 불어 현재 누적적자가 1조2,000억원에 달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석탄가격 책정 정책에 따라 연간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꼴지 공기업'이다. 조 사장이 "명색이 공사 사장인데, 부임 후 '축하전화' 한 통 못 받았다"고 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 만은 없는 일. 조 사장은 올해 북한 및 해외석탄 개발 성사를 제 1의 목표로 세우면서 직원들에게 '희망을 캘 준비를 하라'고 일러놓은 상태다. "지난해 8월 부임한 후 회사를 살릴 방법을 찾아봤지만 만년 적자의 회사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이 만한 방법이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강한 자신감의 배경엔 현장 직원들의 채탄 노하우가 큰 힘이 됐다. "장성 갱의 경우 1㎞의 수직갱, 그 갱에서 거미줄처럼 뻗은 사갱을 모두 연결하면 길이가 280㎞나 됩니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이죠. 세계 어디 내놓아도 주목 받을 실력과 기술입니다."

베스트 셀러 <비서처럼 하라> 등 27권을 책을 낸 인물답게 유창한 언변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조 사장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를 보고 '꼴찌의 반란'이라고 하더군요.'반란'은 실패한 자들이 쓰는 단어죠. 우리는 '혁명'을 이룰 겁니다. 꼴찌의 혁명!"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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