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달리던 여야가 2일 정면충돌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김 의장은 한번은 여당, 또 한번은 야당을 압박하면서 파국을 막으려 애썼다. 하지만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문이 나온 뒤에도 여야 일부에서 "의장이 일관성 없이 냉ㆍ온탕을 오갔다"는 따가운 비판론이 제기되는 등 김 의장도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김 의장은 특유의 버티기 전략으로 최대 쟁점인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 문제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의장은 1일 밤 10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여야 원내대표들과 함께 회담을 하면서 중재안을 내놓았다. 절충 카드는 국회 문방위 산하에 여야가 동수로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해 4개월 간 미디어 관련 법안을 논의한 뒤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이 중재안은 여당을 향해 "야당과의 타협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중재안에 강력 반발했다. 여당 내부에서 "시한을 못박지 않으면 결국 미디어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의장이 민주당 2중대냐"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국회의장 불신임 카드도 만지작거렸다.
김 의장은 그러나 이날 새벽 여야 협상이 끝난 뒤 꼭 12시간 만인 이날 낮 전혀 새로운 카드를 내놓아 민주당을 놀라게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미디어 관련 법안과 경제ㆍ사회 관련 쟁점법안 등 15개 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오후 3시까지 쟁점법안 심사를 완료해 달라"면서 '직권상정이 실제 상황'임을 알렸다. 김 의장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서둘러'100일 논의 뒤 미디어법 표결 처리'라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이때쯤 야당 내부에서는 "김 의장이 불과 하루도 못 가서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김 의장은 배신자다"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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