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표 식용유'의 제조사였던 신동방의 신명수(68) 전 회장이 14년 전 허위 회계를 근거로 보증을 받아 금융기관에 손해를 끼친 책임이 인정돼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 박철)는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이 신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 전 회장은 원고에게 총 1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신동방(당시 동방유량)은 1995년 해외 선물거래에서 4,628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도 이를 빠트린 재무제표를 만들었다. 또 외화지급 보증금 8,200만 달러도 주석사항에 적지 않았다.
서울보증보험(당시 한국보증보험)은 이 재무제표를 근거로 신동방에 250억원의 보증을 서 줬고, 우리은행(당시 한일은행)은 30억원을 빌려주고 1,000만 달러의 외화지급을 보증했다. 두 금융기관은 이후 219억여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2004년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7월 "당시는 신동방이 선물거래로 인한 손실을 인식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급보증 채무를 재무제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신 전 회장의 책임을 인정했다.
국내 식용유 시장을 30여년간 석권했던 신동방은 신 전 회장의 큰딸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한때 '대통령 사돈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90년대 후반 선물거래로 큰 손실을 내고 경영난을 겪다가 2004년 CJ컨소시엄에 팔렸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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