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폐지 관련법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 등 대표적인 규제완화 법안들을 일부 수정해 합의 처리키로 했다.
대부분의 관련법은 3일 처리되나, 그 중 일부 법안은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여야가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바꾼다'고 합의했지만 정부안의 골자는 유지될 전망이다. 법안들은 현재 국내시장의 기본 운영원칙을 갈아치우는 성격이 있는 만큼,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산분리 완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올해부터 일반기업, 특히 대기업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확보해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은행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소유 은행의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칸막이를 없앤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기관이 기업의 사(私)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관련 법안인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4월 국회처리 예정) 개정안에 따르면 시중은행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국내외 산업자본의 한도는 현행 4%에서 10%로 상향조정 된다. 현재 상당수 국내은행의 경우 의결권 있는 10% 지분은 단독최대주주까지 될 수 있는 비율이다.
대기업이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해 은행 지배에 나설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대기업이 중심이 된 사모투자펀드(PEF)가 금융자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대기업 출자비율 기준이 완화했기 때문이다. 또 공적 연기금도 금융자본 인정기준 완화의 수혜를 입어 은행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실제 대기업 소유의 은행이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당분간 은행을 소유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다른 대기업들도 대체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는 은행이 일반 기업보다 규제감독이 심하고, 10% 지분규제가 은행을 완전히 지배하기엔 다소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란 평가다.
● 출총제 폐지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출총제도 결국 폐지된다. 관련 법안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자산합계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10개 집단, 31개 계열기업)를 대상으로 다른 계열사에 대한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40%로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 규제가 없어진다.
지주회사에 대해선 현재 200% 이내로 제한하는 부채비율 규제와 비계열사 주식을 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폐지된다. 이에 따라 한화처럼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도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4개월 안에 SK C&C를 상장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SK등 기업도 시간을 벌 수 있다. 지주사 요건충족의 유예기간을 최대 5년으로 연장해줄 경우 최적의 시점에 손실을 보지 않고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산업은행 민영화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은 애초 산업은행을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키우기 위해 구상된 것.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로 입법이 한동안 연기돼 왔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4월 국회처리 예정)과 한국정책금융공사(KPBC) 설립법안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민영화하고, 산은지주 지분의 일부를 출자 받아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특수법인이 설립된다.
이 특수법인의 명칭은 당초 한국개발펀드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로 변경됐으며, 담당 업무는 ▦중소기업 육성 ▦사회기반시설 확충 ▦지역개발 사업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금융지원 등으로 한정된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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