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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서로 "네탓이오"… 은행법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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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서로 "네탓이오"… 은행법 진실게임

입력
2009.03.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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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4일 온종일 상대방을 향한 비난전에 몰두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가 아수라장이 된 데 따른 책임 공방이었다. 도대체 3일 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야는 처리법안 리스트까지 합의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못한 걸까.

3일 본회의가 어그러진 단초는 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였다. 은행법은 금산분리 완화의 한 축으로 대표적인 쟁점법안이다. 이 법안의 처리 무산에 대한 여야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일단 3일 오전 정무위로 돌아가 보자. 한나라당이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10%로 높이는 은행법 개정안 등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했다. 야당이 격해진 것은 당연. 한나라당 지도부는 야당의 반발로 전체 의사일정이 틀어질 것을 우려, 협상을 제안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수 차례 만났다. 원내 수석부대표들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했다. 여기까지는 양측 설명이 비슷하다.

하지만 협상이 틀어진 과정에 대해선 설명이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9%로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데다 당내 의견수렴도 불가능해 수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니 수정안을 내라'고 했지만 거부하더라"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네 번이나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9% 절충안을 거부했다가 수용하더니 다시 거부했고, 결국엔 법안 처리를 4월로 미루자면서 "9% 제안은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는 것.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회기 종료가 임박해 우리 제안을 수용했다가 내부 반발 때문에 없던 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한참 진행되던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민주당의 9% 절충 제안을 놓고 협상이 진행된 건 분명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합의를 번복했다"고 탓하고, 한나라당은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 모두 아전인수식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나라당에선 홍준표 원내대표가 김영선 정무위원장을 설득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정무위원들은 "우리가 날치기한 게 된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6~8% 안을 포기할 바엔 차라리 한나라당이 직권상정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여야 모두 내부 반발을 감수한 채 협상에 나선 터라 타협의 여지가 많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협상 때문에 법사위가 공전되면서 다른 법안들의 처리도 늦어져 본회의가 20여분간 개점휴업 상태가 된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그렇다고 은행법 개정안 협상 과정만으로 3일 본회의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일부 야당 의원들의 미디어법 처리 합의에 대한 반발,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반대토론 불허에 따른 소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각 출석 등 다른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감안한 듯 한나라당에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송광호 최고위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야당의 지연작전을 예견하지 못한 점, 오후 7시 본회의 예정시간에 소속 의원 171명 중 104명만이 출석해 개의가 미뤄졌던 점 등을 의식한 얘기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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