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버냉키도 열받은 '弗먹는 하마 AIG'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버냉키도 열받은 '弗먹는 하마 AIG'

입력
2009.03.05 00:04
0 0

미국 경제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AIG를 지원한 이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집행한 총 지원금이 무려 1,733억달러(약 269조원). 올해 한국의 정부예산(284조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일개 민간 금융 회사에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도 사정은 더 악화해 지난해 4분기 손실이 620억달러에 달했다. 2일 이 같은 실적이 나오자 미국 증시는 12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AIG가 미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부에서는 공개된 것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AIG에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과 관련한 채권이 120억달러 어치나 더 남아있다. 이로 인한 잠재손실 평가액도 80억달러로 추정된다.

■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미국 정부

미국 정부는 당초 AIG의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돈 되는 자산을 분리 매각, 국고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AIG의 숨은 부실이 드러나자 그 같은 계획을 포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정부의 한 고위 관료가 "AIG 민간 매각은 경기가 회복된 이후까지 기다려야 하며, 매각에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조기매각 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또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AIG에 투입키로 결정한 1,733억달러 외에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공동 설립한 짐 로저스는 방송에 출연해 "미국 전체가 망하는 것보다는 혹독한 2, 3년을 견디는 게 낫다"며 "AIG를 당장 파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JP모건 체이스의 투자전문가이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더글러스 엘리엇은 "AIG는 금융기관의 국유화가 어떻게 하면 잘못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교훈"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AIG에 너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섣불리 지원을 끊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

평소 AIG 지원을 비판한 엘리자 커밍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경제가 조금 더 호전될 때까지 정부가 AIG를 소유하고 있다가 전략적인 매각을 해야 한다"며 "AIG에서 이익을 거둬 국고부담을 줄인다는 게 점점 꿈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 "AIG는 보험회사 탈을 쓴 헤지펀드"

AIG가 이처럼 부실해진 것은 경영진이 금융감독의 허점을 이용, 투자위험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단기 실적을 올리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은 재임기간 동안 확실한 실적을 올려야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ㆍ장기적 안정을 등한시했다.

AIG의 손실은 대부분 신용파산스와프(CDSㆍ기업파산위험을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나왔다. AIG는 모기지채권으로 구성된 파생금융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직접 투자하는 한편 CDO가 부실해질 경우에 대비, 일종의 보험성 파생상품 CDS를 대거 발행했다.

CDS 거래의 경우 채권 상품이 건전하면 높은 단기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부도가 나면 거액의 보상 책임을 져야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 연체율이 높아졌고 AIG의 보상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부 지원자금도 대부분 CDS 거래에 따른 보상에 투입됐다. 더 큰 문제는 추가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 미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 출석해 "재임 18개월 동안 경험한 가장 화 나는 것이 AIG"라며 "AIG는 금융감독 규정을 교묘하게 회피하며 헤지펀드처럼 운용됐다"며 때 늦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