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의회 연설을 마치고 나오자 공화당 의원들이 벌떼같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연설 내용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안을 헐뜯었던 공화당원들이 실제로는 대통령의 사인을 얻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고 3일 보도했다.
공화당원들이 이렇듯 대통령의 사인을 원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에는 공화당원 그 누구도 대통령의 사인을 받으려고 나서지 않았다. 단 한 명, 부시 대통령이 잘 나온 사진 다섯장을 사무실 액자에 걸어놓을 정도로 열렬한 부시 팬이었던 조 리베르만 코네티컷 상원의원을 제외하고는.
타임은 공화당원들이 대통령 사인 받기에 안달인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아이들에게 선물하려고, 팔아서 자선단체에 기부하려고, 개인 소장용으로, 대통령과 10초라도 더 얘기해 보려고.
지난해 경선 초기 오바마는 특정 몇몇을 제외하고는 일절 사인을 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사인한 물건이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최고 1,90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마이크 터너에게 사인을 해주며 "이베이에서 내 사인을 보지 않으면 좋겠네요"라는 진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타임은 비록 오바마 인기가 공화당원 사이에서 폭발하고 있지만 그것이 초당적 협력으로는 이어지기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열 두 살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한 24일 오전 8시30분부터 의사당 복도쪽 자리를 선점한 존 쿨버슨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은 "안건 처리와 사인은 별개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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