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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극장 '상상축제' 무대 서는 '밀양북춤'의 춤꾼 하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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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극장 '상상축제' 무대 서는 '밀양북춤'의 춤꾼 하용부

입력
2009.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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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움직인다고 춤이 아니다. 밀양북춤으로 유명한 하용부(54)의 춤은 춤사위가 별로 없다. 굳이 동작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고, 숨 쉬는 대로 흘러갈 뿐인데도 흥과 멋이 뚝뚝 떨어진다. 그가 무대에 나타나기만 해도 객석은 한바탕 잘 놀겠구나 싶은 기대에 일찌감치 뒤집어지곤 한다.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은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하용부의 북통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한 번 들으면 잠이 안 온다"고 너스레를 떤다. 독일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 프랑스 태양극단의 연출가 아리안느 므누슈킨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그의 춤을 보고 반해서 팬이 됐다.

춤의 고장 영남에서도 남성춤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가 프랑스 최고의 무대인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 선다.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상상축제'(Festival de l'Imaginaire)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아 3월 30일과 4월 1일 공연한다.

파리 세계문화의집이 주최하는 상상축제는 세계 각국의 공연예술을 소개하는 행사로, 축제 장소인 파리의 여러 극장 중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 서는 딱 한 명으로 그를 선택했다. 이쯤 되면 자랑도 할 만한데, 그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하용부가 잘났다? 그게 아니에요. 저를 부른 것은 한국인의 전통에서 우러나온 몸짓을 보고 싶어서일 거예요. 이게 우리춤이 세계로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춤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데, 포장을 할 줄 몰라서 세계화가 안 됐다고 생각해요. 늘 하던 대로 무대에서 신나게 놀고만 올 수는 없고 뭔가 제대로 보여줘야 할 텐데, 걱정되네요."

그는 증조부 때부터 춤 잘 추는 남자들이 대를 이어 온 밀양의 한량 집안 출신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춤이 된다"던 명무 중의 명무, 하보경(1906~1997)이 그의 할아버지다.

그저 춤이 좋아서 다섯 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다녔고, 할아버지가 기력이 쇠하자 등에 업고 춤판으로 다녔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밀양백중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예능보유자가 됐다.

"할아버지는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신 적은 없고, 항상 '버드나무 가지 흔들리듯' '몸에 뼈다구가 없이' 춰라,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셨죠. 돌아가시기 한 해 전, 91세에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춤을 추셨어요. 걷지도 못하는 할아버지를 업어다가 무대에 얹어 놓았는데, 3분간 추시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용부야, 내 오늘 춤 잘 추드냐'고 물으셨죠. 당신 생애의 마지막 춤인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아쉬우셨던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길은 끝이 없다, 오직 갈 뿐이다'라고."

그는 발레나 현대무용도 자주 보러 간다. 그걸 보면서 음악 속으로 들어가 머릿속으로 춤을 추다가 탁 걸려서 막히는 데를 만나면 우리춤의 몸짓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궁리한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밀양연극촌에서 19년간 함께 지내며 공동 작업을 한 것도 무대의 시각성과 공간성 등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공부가 됐다고 한다.

그가 파리의 상상축제에 가져갈 춤을 서울에서 미리 볼 수 있다. 9, 10일 남산 한옥마을의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밀양북춤, 범부춤, 양반춤과 창작무 '영무'를 선보인다. 작곡가 원일의 창작음악연주단 '바람곶', 최고의 잽이들이 모인 '노름마치'의 대표 김주홍이 악기와 소리로 함께한다. (02)2263-468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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