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만성 콩팥병환자 "물조심"

물은 생명체 존재의 근거임과 동시에 인체의 60%를 차지하는 고마운 구성성분이다.인간은 물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일반적으로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의료인도 물은 적게 마시는 것보다 많이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보도하듯 성인이 하루에 꼭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이 '8잔이다' 혹은 '13잔이다' 하는 식은 과학적이지 않다.

특히 콩팥 기능이 크게 줄어든 만성콩팥병 환자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오랫동안 만성콩팥병 환자도 부종이 생기 지 않은 한 되도록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고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권유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현재 통설이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체액량을 늘어나 고혈압이 악화할 수 있다. 비록 물을 많이 마셔 소변량이 늘어나더라도 이는 실제로 콩팥 기능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변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콩팥 기능을 더 빨리 나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요로결석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며, 물을 많이 마실수록 방광암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로ㆍ방광 질환은 실제로 콩팥 기능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몸에 물이 부족해지면 콩팥 기능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탈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우리 몸에 수분량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갈증'이라는 신호를 보내므로 갈증 정도에 따라 물을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갈증 정도는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수분 결핍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어린이나 고령인은 피로와 두통, 입 마름, 소변량 감소, 근력 약화, 어지럼증 등의 탈수 증상이 있다면 물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거나 운동을 했다고 해서 만성콩팥병 환자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을 맹목적으로 크게 늘리는 것은 도움되지 않는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물이나 전해질(나트륨, 칼륨 등)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더위에 땀을 조금 흘렸다고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생기고 심하면 의식장애가 올 수 있다.

따라서 날씨가 무덥지 않다면 1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에는 2~3잔 정도의 물을 보충하면 충분하다. 무더위나 운동으로 땀이 많이 났다면 물을 충분히 마셔 갈증 등의 탈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때 나트륨이 적절히 함유된 이온 음료는 탈수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이온음료 대부분은 나트륨보다 더 많은 양의 칼륨이 포함돼 있다.

칼륨이 많은 음료수를 많이 마시면 콩팥 기능이 떨어져 칼륨이 잘 배설되지 않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심각한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마시지 말아야 한다.

하루에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건강상태와 활동량, 날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하루 1~2 리터의 정상적인 소변량을 유지하고 갈증이 특별히 느껴지지 않는다면 만성콩팥병 환자도 물을 충분히 마신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만성콩팥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물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가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상호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