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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 꼼짝마" 청해부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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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 꼼짝마" 청해부대 떴다

입력
2009.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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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월 ○일 밤 10시,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역. 한국 화물선 ○○호의 다급한 구조 신호가 우리 해군의 ‘청해(淸海)부대’에 날아들었다. “해적으로 보이는 소형 선박 두 척이 접근 중이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해군의 호송을 기다리지 못해 외국 보안요원만을 태우고 아덴만 항해에 나선 선박이었다.

1주일 단위로 한국 선박들을 모아 편대를 구성, 4,500톤급 한국형 구축함(KDX-Ⅱ)인 문무대왕함이 직접 호위에 나선 뒤로는 다행히 해적들의 무모한 도발은 사라진 상태. 하지만 연간 500척의 한국 선박들 중 독자 항해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다행히 그렇게 멀지 않은 지역이다. 화물선에는 전속력으로 도주할 것을 지시하고, 서둘러 방향을 잡았다. 동시에 중무장한 대잠헬기 ‘링스’와 고속단정, 해군 특수전(UDT/SEAL) 요원들이 긴급 출동해 화물선이 납치되기 전에 목표 해역에 도착했다. 수 차례 경고가 먹히지 않아 경고 사격을 가한 끝에 해적들이 물러났다.

자동소총과 로켓포(RPG-7) 등으로 무장한 해적이 심하게 저항했다면 청해부대 최초의 실제 교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화물선측은 “8,000㎞가 넘게 떨어진 머나먼 대양에서 태극기를 단 군함의 도움을 받으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한국군 역사 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인 ‘청해부대’가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한 가상 시나리오다. 2일 국회에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견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3일 부산 해군기지에서 청해부대 창설식이 열렸다. 청해부대는 4일 부산항 인근 해상에서 실전을 가정한 최종 점검 훈련을 마친 뒤 이달 중순 아덴만을 향해 떠난다.

청해부대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FM)와 공조해 해적 차단 및 테러 방지 등의 해양안보작전(MSO) 임무와 함께, 아덴만을 통과하는 우리 선박의 해적 피해를 예방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연합해군사는 미 제5함대를 주축으로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주 임무는 한국 선박 보호. 지난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은 111차례나 선박들을 공격하고 42척을 나포하는 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 선박도 2006년 동원호, 2008년에는 브라이트 루비호가 해적에 납치됐다 풀려난 바 있다.

문무대왕함은 1주일에 한 번 약 750㎞의 아덴만 동서 항해로를 우리 선박들과 함께 오갈 예정이다. 구축함 1척으로 모든 개별 선박을 따로 호송할 수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선박들은 문무대왕함의 일정에 맞춰 항해 일자를 조정해야 한다. 해군 관계자는 “한 번에 대략 6척 가량을 묶어 호위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심 선박에 대한 검문 검색 등의 예방 활동도 펼친다.

정규전 부대인 청해부대의 전력을 해적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문무대왕함은 근접방어무기로 30㎜ 골키퍼 2문을 장착하고 있는데, 분당 4,500발을 쏜다.

함대공유도탄인 하푼 8기와 SM-2 32기, 사거리 32㎞의 5인치 함포, 대잠어뢰도 갖췄다. 해적에게는 이보다 문무대왕함에 탑재된 링스헬기 1대와 해군 특수전 요원 30명이 위협적이다.

검문 검색과 실제 해적 소탕 임무를 수행할 특수전 요원들이 이용하는 고속단정(3척)은 시속 99㎞로 질주할 수 있으며 15명이 탑승한다. 한 번 연료를 채우면 120㎞까지 항해할 수 있다. 사거리 7㎞의 K-2 기관총 1정과 사거리 1.5㎞의 K-3 기관총 2정을 장착하고 있다.

링스헬기에는 K-6 중기관총 1정과 공대함유도탄 4기, 대잠어뢰 1기가 장착돼 있다. 최대 시속 280㎞로 3시간 가량 공중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호송 임무가 중심인 탓에 실제 무력사용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해군은 모든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상황별 교전규칙을 마련했다. 일단 검문 후 해적 여부를 식별하되, 공격을 받을 경우 무력 사용이 가능하지만 선제공격은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퇴치 작전에는 12개국의 함정 21척과 항공기 5대가 참가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 손으로 만든 군함으로 온 힘을 다해 우리의 상선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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