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올 1분기 성장률이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분기별 -5.3~-8.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국내 연구기관들 사이에서 나왔다. 수치상 최악의 성장률은 올 상반기중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은 갈수록 멀어지는 분위기다.
4일 국내 경제연구기관의 경제전망 담당자들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1분기에 비해 -3~-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 별로 한국경제연구원은 -7~-8%, 한국개발연구원은 -4~-5%, LG경제연구원은 -5~-6%, 삼성경제연구소는 -3%대, 금융연구원은 -5% 이하를 각각 점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당초 올 연간 경제성장률이 2.4%에 이를 것으로 봤으나 -2∼-4% 정도로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1분기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로는 -7∼-8%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성장률을 공식 집계하는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현재 잠정 전망치 수준보다 한층 더 낮은 것이다. 세계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추락하면서 우리 수출에 타격을 주고 이는 다시 국내 경기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98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3.4%)을 보였던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된다. 2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우리 경제도 선진국처럼 공식적인 경기침체기에 들어서는 셈이다.
우리 경제의 회복시점에 대한 전망도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 상반기나 늦어도 하반기를 반등의 시기로 예상하던 분위기는 점차 '올 해 안에는 힘들 것'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회복다운 회복을 하려면 세계 경제가 회복돼야 하는데, 그 시기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사 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보인다 해도 이는 착시현상일 뿐 진정한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많다. 보통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하는 성장률 수치의 특성상, 지난해 1ㆍ2분기 성장률(각각 5.8ㆍ4.8%)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만큼 올 1ㆍ2분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극심한 추가 하락이 없다면 이론상 올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0% 수준이 된다해도 이는 경제상황이 호전됐다기보다 바닥을 계속 유지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경기흐름의 형태 예측이 당초 'V자형'에서 점차 'U자형'→'바닥이 넓은 U자형'→'L자형'으로, 갈수록 바닥을 길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큰 폭의 플러스 성장이 연속돼야 비로소 경기회복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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