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모를 뿐', 이건 정말 엄청난 가르침입니다."
지난 겨울 문경 봉암사에서 동안거를 난 하버드대 출신 현각(45) 스님이 만행을 떠나기 앞서 3일 서울로 올라와 기자들과 만났다. 그가 숭산(1927~2004) 스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정리한 책 <부처를 쏴라> (김영사 발행) 출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처를>
그는 숭산 스님이 입적한 2004년 11월 이후 개인출판 등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님은 우리에게 효심(孝心)을 가르쳐주셨어요. 3년 동안 위패를 모시면서 오로지 당신 뜻이 나타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3년이 지나 책을 낸 것입니다."
그는 1990년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재학 시절 숭산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들은 뒤 너무 고마워 밤마다 혼자 울었다고 했다. 그래서 1년간 휴학을 하고 숭산 스님을 따라와 머물렀던 계룡사 신원사에서 출가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뒤 하버드로 다시 돌아가 숭산 스님의 법문을 정리해 석사논문으로 썼으며, 2006년 미국에서 란 제목으로 출판했다가 이번에 한국어판을 낸 것이다.
"처음에는 '김치 영어'로 된 큰스님의 법문을 김치 맛이 약간만 남도록 고쳐 썼습니다. 그리고 18년 동안 틈틈이 고치고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손을 봤습니다."
'부처를 쏴라'라는 제목에 대해 그는 "숭산 스님은 부처에게도, 스님에게도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쳤다"면서 "수행 중에 부처가 장애가 되면 부처도 버려야 한다는 것으로 그 어디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불교의 장점을 문는 질문에 그는 "이 책을 보세요. 현대인에게 맞는 상쾌한, 살아있는 가르침이에요. 한국은 활발한 것이 특징입니다.
경제도, 기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사람은 종교 믿으면 미치게 믿어요. 숭산 스님은 종교의 거룩함을 깨버렸어요"라고 답했다. 숭산 스님이 창건한 관음선종은 일본, 중국 선불교를 제치고 서양에서 가장 큰 선불교 전통이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불교가 너무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어 거기에 집착하기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숭산 스님은 미국에서 한국불교의 아름다운 전통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고 '오직 모를 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선불교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우리의 실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며 "회광반조(廻光反照), 즉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서 그 무한한 자리로 돌아가는 공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을 만난 일도 이야기했다. "언젠가 김 추기경이 제사상 앞에서 절하는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미국 선교사들이 버리라고 한 전통을 지키는데 대해 너무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욕의 한인성당으로 김 추기경을 찾아가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큰스님 같고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제가 한국에 온 것은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해 그렇게 돼 매일 참회하면서 산다"면서 "초발심으로 돌아가 저를 완전히 모르는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2주 후 유럽으로 가 한국불교와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안거만은 한국에서 보낼 생각이다. 그는 이번 동안거에서 석 달 동안 묵언수행을 했다면서 '침묵이 기본'이라는 걸 배웠다고 했다.
"수행에서 말을 하는 것은 담배 피우면서 조깅하는 것과 같아요. 절이나 교회에 갈 때는 우선 핸드폰을 끄는 것으로부터 묵언이 시작됩니다.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다가 휴대폰 벨소리를 듣고 통화를 하고 나면 수행이 될 리가 없지요." 오후불식을 지키고 절 수행도 많이 한다는 그는 "유럽 일이 잘되면 죽기 전에 1~3년간 두문불출, 무문관 수행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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