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언론의 한국경제 때리기가 심상치 않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 금융시장이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근거 없는 자료를 교환하며 우리 시장을 왜곡한다고 반박한다. 해외 언론이 우리의 약점을 과대포장하고 강점은 과소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정부가 시장의 생리를 간과한 채 강점만 앞세워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일본 언론에 편향된 홍보의 문제점도 따져볼 일이다.
세계적 권위의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엊그제 '한국의 외채'라는 칼럼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글로벌 신용위기의 최대 피해국이라며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당황하는 어린아이(tad) 같다"고 평가했다.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하는 장기외채를 포함한 단기 외채가 지난해 말 1,940억 달러에 달해 언제든 유동화가 가능한 외환보유액 1,700억 달러를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02%를 넘을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위험도가 17개 신흥국 중에서 남아공, 헝가리에 이어 3번째로 높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외채의 만기연장이 모두 차단된다는 극단적 가정에 기초한 악의적 보도라며 열을 올린다. 유동외채가 많기는 하지만 일정 시점 후 자동 정산될 외국계 은행 차입과 환헤지를 제외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유럽 국가의 부도 우려에 따른 서유럽의 한국투자 회수 규모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 해외 언론이 정부의 해명을 외면하고 비우호적 보도를 쏟아내는 배경도 잘 따져봐야 한다. 액면대로 믿어 주지 않게 된 사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역임한 임연숙 씨는 최근 한 칼럼에서 문제가 터져야 대응하는 소극적 소통을 비판하며 "수세적 반박보다 보도 배경을 파악해 솔직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신뢰는 홍보보다 사실에서 나오지만, 오해가 사실을 뒤덮는 현실이 지속되는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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