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3월 정국을 달굴 쟁점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다음 주부터 이미 마련한 추경 초안을 바탕으로 한나라당과의 당정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어서 여야가 서서히 싸움의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추경 편성은 기본적으로 긴급한 경제상황에 따른 정부의 재정대응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정부가 국가재정 예측의 실패를 자인한다는 측면도 갖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30조원 이상의 획기적 추경이 필요하다"는 여권 내부 인사의 언급에 비춰볼 때 전례 없는 '슈퍼 추경'이 될 가능성이 커 어느 때보다 추경의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의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추경 국면에서 사정이 다급한 쪽은 한나라당이 될 것 같다.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 문제를 매듭지은 바로 다음 날인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4월 국회는 법안 처리 뒤 추경안 논의를 해야 한다"며 서둘러 신발끈을 매는 모습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 다만 한나라당과 정부는 추경의 규모와 내역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이다. 대신 이번 추경이 지난해 9월 시작된 금융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승수 총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예산을 지난해 5월 짜기 시작했는데 금융위기가 9월에 와 지금 예산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추경 심의를 잔뜩 벼르고 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은 당시 '부자감세와 과도계상된 3% 경제성장률에 기반해 예산안이 짜여 문제가 많다'는 민주당 지적을 묵살하고 실업대란을 예상해 요구한 4조3,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도 뺀 채 날치기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경제위기 상황임을 감안해도 예산 집행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란 비판적 입장이다. 다만 추경 편성요건을 완화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달 서둘러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줬듯이 민주당도 추경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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