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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자통법 앞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다/ "상품부터 팔자? 신뢰부터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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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자통법 앞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다/ "상품부터 팔자? 신뢰부터 쌓자"

입력
2009.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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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대저 거창한 구호나 목표를 내세우고 추진하고싶은 것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원칙은 귀에 인이 박히지만 실제는 간과하기 쉽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은 기본을 놓지 않았다.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법) 시행이라는 대격변과 절호의 기회를 맞아 확장보다 먼저 기초부터 다졌다. 모래 위가 아닌 반석 위에 집을 짓겠다는 발상인 셈.

세상 모든 영업의 기초는 고객과의 관계. 신뢰 없이는 성과도 없다. 그래서 삼성증권이 자본시장법을 남들보다 앞서 준비하면서 내세운 전략은 '선진 자산관리로 고객 신뢰 회복'이었다.

차근차근 벽돌을 쌓다 보면 어느새 튼튼한 건물이 서기 마련이다. 삼성증권은 몇 년 전부터 고객 투자성향에 맞춘 상품 추천, 상품 등급제도 등 '묻지마' 판매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다.

이는 자본시장법이 표방하는 적합성원칙(투자자보호)과도 부합한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2008 우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사'에 삼성증권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컴플라이언스 교육과 판매과정의 투명성 덕택이다.

그러나 잠깐의 영예에 도취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올해도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를 '고객 신뢰 회복'으로 잡았다. 지난해 증시 폭락을 전세계 경제의 침체 탓으로 돌려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법한데 자기반성부터 했다.

"일선 영업직원이 얼마나 고객의 기대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선진 자산관리 모델'의 확립이었다. 즉 단순히 간접투자상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자산배분, 판매, 사후관리 등 전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적 배당형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증권업의 본질상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자산관리 전과정에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성이 반드시 존재해야 고객이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올 1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기반을 다졌다. 리테일(소매)은 초우량 우수 매스(대중) 고객 등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전담조직도 설치했다. 고객 특성에 맞는 정교한 서비스의 출발이다.

지점 영업방식도 '개인역량'에서 '팀 영업'으로 전환했다. 전문 분야별 프라이빗뱅커(PB)가 드림 팀을 구성한 것이다. PB역량 향상을 위한 PB스쿨 운영 등도 병행하고 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차곡차곡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증권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튼튼한 내실은 더 넓은 도전을 위한 자양분이다. 삼성증권은 장기적으로 선진 자산관리 모델에 투자은행(IB) 부문을 탑재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중이다. 해외진출을 위한 포석인 것이다.

박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사들이 위축된 지금이 오히려 해외진출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최근 삼성증권은 홍콩 일본 등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자본시장의 주도권이 중국 등 아시아로 넘어오면 자연스럽게 아시아의 강자가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IB 부문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의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얼마 전 인수합병(M&A) 부문에서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영국의 로스차일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홍콩에서도 현지 최우수 인력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무한경쟁으로 돌입한 자본시장법 시대에 차별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때론 단순하고 흔한 것이 남과 다름을 드러낼 수 있다. 삼성증권은 누구나 중요성을 알지만 현실에선 놓치기 쉬운 '기본기'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2020년 글로벌 톱10'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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