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의 '라틴팝 디바' 글로리아 에스테판(51)이 내달 남미 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가수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혀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정열적인 목소리의 흥겨운 노래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에스테판은 20여년간 9,000만장의 음반을 파는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최고 히스패닉 여자 가수로 꼽혀왔다.
AFP과 AP 통신은 3일 에스테판이 전날 마이애미에서 "1975년부터 시작한 콘서트 활동을 끝낼 때가 됐다. 라틴아메리카 공연이 오랜 꿈이었고 4월의 첫 남미 투어가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은퇴 뒤에는 고등학생 딸을 돌보면서 다른 분야의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의 성공으로 에스테판은 고급 레스토랑 8곳과 3개의 호텔을 소유한 재벌급 사업가가 됐다. 에스테판은 세 번째 책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영화에도 열심히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남미 공연은 4월9일 우루과이에서 시작돼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를 돈 뒤 23일 에콰도르에서 막을 내린다. 콘서트 도중 카리브해의 도미니카와 중미 코스타리카 등에서 공연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세살이던 1960년 가족과 함께 쿠바에서 마이애미로 이주한 그는 가난 속에서도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받고 마이애미대학에 진학했다. 1975년 그는 에밀리오 에스테판이 이끄는 밴드 '마이애미 라틴 보이스'에 보컬로 합류, 3년 뒤 에밀리오와 결혼했다.
이후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으로 개명한 밴드는 80년대 중반부터 히트곡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정상급으로 부상했다. 덩달아 에스테판의 인기도 급상승, 1988년에는 밴드명을 '글로리아 에스테판과 더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으로 바꾸게 됐다.
인기가도를 달리던 에스테판은 1990년 3월 타고 가던 버스가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로 척수에 중상을 입었으나 1년간 각고의 재활노력 끝에 무대에 복귀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선 히트곡'리치(Reach)'를 전세계 수십억 시청자와 관중 앞에서 열창하는 영광을 안으며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대표곡은 '콩가(Conga)', '리듬 이즈 고너 겟 유(Rhythm is Gonna Get You)', '애니싱 포 유(Anything for You)', '커밍 아웃 오브 더 다크(Coming Out of the Dark)'등이 있다.
모두 24장의 앨범을 발표한 에스테판은 플로리다 반도 끝에서 쿠바섬까지 거리인 90마일을 타이틀로 해 모국 쿠바에 헌정한 스페인어 음반 '90 밀라스(Millas)'로 2개를 비롯해 모두 9개의 그래미상 트로피를 받았다.
에스테판은 지난 50년 동안 공산체제 하에 있는 쿠바의 민주화를 위한 활동에도 일찍부터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라틴 레코딩 아카데미가 한해 동안 제일 활약을 많이 한 아티스트에 주는 '올해의 인물'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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