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미디어관련법안 심의를 위해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키로 합의하고도 벌써 딴소리를 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기구의 성격과 지위에 대해 "기구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라며 "기구의 의견을 수용할 의무가 없고 (거기에) 구속되지도 않는다"고 언명했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당연히 입법에 반영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여론수렴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구 구성이나 운용 방안도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의 '여야 동수' 주장과 민주당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동수' 주장은 언뜻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군소야당을 고려하면 다르다.
극적 타협으로 파국을 피한 합의 자체에 대한 노골적 거부감까지 표출됐다. '사회적 논의 기구'의 방향타를 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의원 7명이 전 날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이견까지 포함하면, '사회적 논의 기구'는 여야 논쟁을 무대만 옮기는 게 될 공산이 크다. 그 동안 방송토론 등의 형태로 이뤄진 사실상의 '사회적 논의' 결과로 보아 더욱 그렇다.
그래도 모처럼의 여야 합의대로 기구를 살려나가야 할 이유는 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어제도 국회 곳곳에서 확인된 '무조건 충돌' 체질을 개선, 18대 국회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 불가결한 절차다. 최소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통과의례의 의미도 있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박ㆍ정 대표처럼 서로 다른 곳에 방점을 찍지 말고, 합의문 전체를 고르게 읽기만 해도 많은 이견이 풀어진다. 합의문은 '자문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 '100일 간 여론수렴' 등을 명시했다. 여야 동수로 구성한 기구에서 논의가 접점에 이르면 당연히 수렴ㆍ반영되고, 평행선을 그리면 참고용에 그친다. 지금은 그 여부를 예단하는 대신 조속한 기구 구성에 임하는 게 여야의 책무다. 국민 앞에 객관적 자료와 조견표만 제시해도 성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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