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동유럽 국가를 돕기 위한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긴급현안으로 상정된 동유럽 국가 일괄 구제 방안이 무산되고 이 소식에 유로화는 2일 가치가 급락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난 때문에 유럽통합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디폴트 위기에 몰린 헝가리는 동유럽 지원을 위한 1,900억유로(약 376조원) 규모의 ‘EU 특별펀드 조성’을 정상회의에 앞서 제안했다. 쥬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는 “동유럽 지원이 성사되지 않으면 동ㆍ서를 가르는 새로운 철의 장막이 드리워질 것”이라는 표현을 쓰며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EU 최대 경제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국가간 선별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EU 차원의 일괄 구제안을 반대했다.
EU 신흥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경제가 양호한 폴란드와 체코 역시 “동유럽 국가를 하나로 묶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연대감을 앞세워 경제난에 빠진 회원국을 무리하게 지원하는 것보다 EU 전체에 대한 고려가 더 중요하다”며 발을 뺐다.
이날 회의에서 유로 화폐를 사용하는 핵심 16개국과 나머지 유로 미사용 회원국의 간극뿐 아니라 신흥 회원국 간에도 심각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독일 슈드도이치 자이퉁의 스테판 코르네리우스 국제뉴스 편집자는 “일치된 재정정책이나 세금정책을 도출할 수 있는 정치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출범한 유로 통화 공동체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EU는 호황기에나 작동할 수 있는 피상적 공동체가 아니라 진정한 공동 정치운명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때”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날 확인된 EU의 분열 위기는 사회주의 블록 붕괴 이후 시장경제를 채택한 동유럽 회원국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EU 통화권과 결합돼 있는데다 유로화 대비 자국 화폐가치의 폭락이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싱크탱크 외교위원회(ECFR) 토머스 클라우 파리 지부장은 “동구의 신흥 EU 회원국들은 다른 유럽 회원국들이 집단적 연대의식 대신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장면을 목격하며 당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라우 지부장은 “이들 신흥 회원국은 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시장경제의 위기를 만났기 때문에 자칫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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