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과 소신이 다른 게 범죄야?" 맞다. 소신이 다른 건 범죄가 아니다. 또한 "공교육이 우수한 학생은 감당 못하고, 떨어지는 학생은 배려 못하니 사교육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말도 맞다.
지난 주말,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입시학원 광고에 대해 홈페이지에 쓴 글은 논리적으로 맞다. 하지만 그 입시학원은 '24시간 학원'이다. 신해철이 공교육 비판의 근거로 들었던 '입시노동'을 부추기는 학원을 광고한 것이다.
신해철은 "24시간 학원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그 사실을 알았어도) 광고는 했다. 그만큼 나는 이 광고의 슬로건(자신에게 맞는 학습 목표와 방법의 추구)이 탐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는 그의 의도와 달리 '특목고 합격자 수'를 강조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또 대중이 연예인의 수익 활동에 대해 인신공격을 할 권리는 없다. 걱정되는 것은 신해철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의 하락이다. 신해철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교육자'중 하나였다.
그는 라디오와 TV, 책 등을 통해 온갖 이슈를 대중의 언어로 말하며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었고, 이는 대중이 여러 이슈에 쉽게 다가서는데 일정 역할을 했다. 신해철이 홈페이지에 손가락 욕을 날린 사진을 올린 것이 불쾌할 수도, 통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의 통념에 맞설 수 있는 유명인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신해철이 중요한 건 그가 늘 옳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유명인 중 드물게 주류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한국 사회에 숨통을 틔웠다는데 있다.
신해철도 이번 글에서 "미디어들은 내 목소리를 실어 날라주는 캐리어"라면서 광고 출연의 목적이 돈이 아닌 메시지 전달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신해철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요즘 입시학원이 아이들에게 입시노동을 시킨다는 일반적인 현실을 확인하지 않고, 그런 학원이 자기 뜻대로 광고를 내줄 것이라 믿는 순진한, 혹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됐다. 대중이 그의 메시지에 담긴 현실의식을 불신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신해철이 대중과 논리싸움 대신 메시지 전달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신중함도 갖췄으면 한다. 대중의 신뢰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행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남 인생에 뭐라 말하는 건 건방진 일이다. 다만 신해철처럼 유명하고, 익살스러운 '삐딱이'는 필요하다. 그건 사회의 획일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게 아까워서 그렇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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